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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내가 야권 대표선수"..7년前 양보한 朴시장에 '정면승부' 제안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4 16:15

수정 2018.04.04 16:15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야권 대표선수인 내게 힘을 모아 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출마선언식은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는 서울시청과는 도로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사실상 박 시장과의 정면 승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사표로 선거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2011년 시장후보직 출마를 양보했던 안 위원장의 등판이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양보론'이 핫이슈로 부각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安, 박원순에 양보 ‘후회’
안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에서 2011년 당시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일을 거론했다. 안 위원장은 “그때는 박 시장이 잘하실 거라 믿었는데, 서울이 7년간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며 “그 부분들을 제가 다시 제대로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반대로 박 시장으로부터 양보를 받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양보를 받아서 무언가 할 생각은 없다”며 “과연 어떤 후보가 서울시를 혁신할 수 있을지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선 “거듭 말하지만 연대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이날 스스로를 ‘야권 대표선수’라고 칭하며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안 위원장은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선 “서울에 살지도 않는 분이 시장후보로 나온다는 건 서울 시민에 대한 아주 큰 실례”라며 비판했다.

■우상호·박영선 安 비판..朴시장은 침묵
안 위원장은 이날 일반적인 출마선언식과는 달리 다소 화려한 행사를 준비했다. 청년·워킹맘·택시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서울시민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 새싹을 심어 서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우상호·박영선 의원은 이날 안 위원장의 출마선언식에 대해 ‘시장 후보로서 준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 출마선언문을 꼼꼼히 확인했는데 서울시장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려 디지털 정책을 내세웠는데 다양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다음 대선의 교두보로 쓰일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도 "서울시장은 시민의 고단한 삶을 행복하게 해드릴까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라며 “대통령을 꿈꾸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선에서 패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안 위원장이 출마선언문에서 ‘7년 전 양보’를 거론한 것과 관련 “오늘은 안 위원장 출마선언일이니 주인공을 잘 다뤄달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지난 2일 박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안 위원장에 대해 "당시엔 이명박 정부 독선에 맞서는 민주개혁진영의 동지로 함께 했던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양보론을 일축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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