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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성공한 지역혁신도시 中선전·日교토의 비결은?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7:23

수정 2018.04.08 17:23

<1부> 산업화시대의 지역성장전략 한계 (1)역대정부 균형발전정책
1. 지방정부 의지
2. 인재배출
3. 산학연 연계 생태계 구축
중국의 선전과 일본의 교토. 수도인 베이징과 도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창업도시' '교토식 경영'이라는 독창적 지역경제 생태계로 유명하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수도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선전과 교토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벤치마크 사례다.

■선전과 교토의 눈부신 성장

선전과 교토가 혁신성장의 상징이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선전은 천지개벽하듯 40여년 만에 압축성장한 반면 교토는 1200여년 동안 독특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전은 민간 중심의 창업도시로 발돋움했고, 교토는 과거로부터 내려왔던 장인정신 기반의 전통산업을 지역혁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첨단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중국 선전은 1979년 경제특구 설립 이후 40여년간 연평균 20%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30만명이던 어촌마을은 1500만명의 거대 도시로 변모했다.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주요 글로벌 기업의 하청공장 같은 도시에서 2000년 중반부터 첨단기술산업 도시로 바뀌었다. 2015년 첨단기술 기업은 5500개로 2000년 대비 연간 24.2%씩 증가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5년 2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관광도시로 알려진 교토에는 교세라, 닌텐도, 무라타제작소 등 세계적 기업부터 첨단기술 강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6개나 되고 20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기업도 1600개에 달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에도 교토 기업의 매출 증가는 교토 외 지역에 있는 대기업의 2배를 넘었다. '교토식 경영'이 탄생한 배경이다.

■선전과 교토의 성공 비결은

선전과 교토가 자체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방정부의 강력한 의지 △지역인재 배출 △지방정부와 기업 및 연구기관(대학)을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2000년 전까지 선전은 일부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창업도시의 명성을 얻은 것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연구기관, 기업들의 지역 혁신체계가 구축된 후의 일이다. 선전시 지방정부의 역할이 컸다. 1996년 연구자 및 기업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전문가위원회'를 만들고 기술혁신 정책을 수립한다. 또 국내외 유명한 과학자와 과학정책 명망가들을 영입한다. 쉬관화 전 과학기술부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주요 대학 분원이나 연구원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선진기술연구원, 칭화대선전연구원, 베이징대 박사 출신으로 구성된 BGI 연구원이 선전시에 자리 잡았다. 선전시의 연구개발 투자는 709억위안(2015년 기준)으로 베이징 수준이다. 인재가 모이니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전 세계 투자자금도 물밀듯 들어왔다.

교토시 역시 비슷하다. 다만 선전이 초창기에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면 교토시는 교토대의 역할이 컸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 중 12명이 교토와 연관이 있을 정도로 지역 인재풀이 막강했다. 교토시는 이들의 연구가 사업화로 연결되도록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
또 전통기술과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제품화·사업화를 추진키 위해 '지혜산업육성센터'를 설립하고 교토고도기술연구소, 교토시 성장산업창조센터 등 기업 지원기관도 만들었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교토시는 역내 집적돼 있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의 우수한 기술 및 지식자산을 활용해 기술혁신과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서중해 KDI 산업.서비스경제부장은 "국내에는 지역산업 생태계(클러스터)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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