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내로남불'은 이제 그만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3 17:34

수정 2018.04.13 17:34

[여의도에서] '내로남불'은 이제 그만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금융감독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이 큽니다. 감독당국으로서의 영(令)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우리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올곧게 나아가야 합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 원장의 취임사 한 구절이다.

이 시점에서 김 원장의 취임사 일부를 다시 꺼내는 까닭은 간단하다.
국회의원 시절 그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불거진 후 지금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김 원장은 취임 당시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금감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며 '올곧게'라는 표현을 썼다. 금감원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을 걷어내겠다고 선언한 원장의 외유 논란은 지속되고 있고 국민들의 실망감도 여전히 크다.

외유성 출장에 대해 김 원장은 관행을 얘기했다.

피감기관이 부담하는 해외출장과 보좌관 동반 출장, 임기 말 후원금 기부, 해외출장 중 관광 등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대목은 국회의원 전반이 누려온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설명이다. 설사 관행이었다고 해도 자신의 외유성 출장에 대한 해명을 관행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이 어떻게 영을 세울 수 있는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올곧게 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 원장은 관행을 얘기하면서 거취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13일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검찰은 김 원장에 대한 고발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또 출장비 지원 의혹이 제기된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논란이 확산되고 가라앉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 주로 쓰이던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금융권에서 쓰이고 있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이다.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한다. 남에겐 엄격하나 자신에겐 자비로운 태도를 일컫는다. 내로남불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후 계속 쓰이고 있다.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수년간 매우 높아졌다.

국민은 더 이상 내로남불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얘기하는 관행이나 객관적 위법 판정, 평균 이하의 도덕성 확인 등의 말은 이미 국민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설사 관행과 객관적 위법 판정, 평균 이하의 도덕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국민정서는 결정이 된 듯하다.
김 원장은 지금이라도 그의 말처럼 올곧게 나아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