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클릭] '여아 성추행' 사건에 남는 의구심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6 17:20

수정 2018.04.16 17:28

[현장클릭] '여아 성추행' 사건에 남는 의구심


제주지방경찰청이 최근 미투 커뮤니티에 "택시기사가 24개월 된 딸을 강제추행했다"는 미혼모 A씨의 폭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따라 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렸다'고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서 진실공방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경찰의 이같은 발표로 논쟁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A씨를 도와달라'며 국민 청원을 올렸던 네티즌은 청원을 삭제했다. "택시기사가 마녀사냥 당했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후 A씨는 기자에게 "기사에 내 입장은 아예 배제됐다"며 "나도 억울한데 사람들은 그냥 나보고 죽으라는 거다.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여론은 경찰 발표가 모두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형성됐다. 그러나 '철저히 수사했다'는 경찰 입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성추행 신고 당시 A씨는 아이 음부 주변의 상처 사진 4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주변의 아이 엄마 10명 중 10명이 사진을 보고 기저귀 발진 같다고 했다" "애 둘 엄마인 경찰이 봐도 기저귀 발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A씨 딸을 진찰한 의사가 '사진 속 상처 원인은 기저귀 발진, 세정제 사용, 성적학대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점, A씨가 늦게 신고한 점 등 여러 정황을 감안해 기저귀 발진이나 피부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저귀 발진이나 피부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전문의는 없었다. "기저귀 발진 같다"는 지인들 의견이 수사 결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신고 내용을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A씨는 당초 '성추행'이라고 신고했는데도 경찰은 "성폭행으로 인해 발생할 만한 상처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성폭행과 성추행의 상처는 다를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굳이 단어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 사이 네티즌들은 "음부가 빨갛다고 무조건 성폭행?"이라며 A씨를 비난하는 투의 태도를 보였다.

경찰이 이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취재도 어려워졌다. 경찰 발표 전에는 전문가 4명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자문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발표 후 한 학회에 영유아 성범죄 수사 관련 자문을 요청하자 학회 관계자가 "혹시 제주 성추행 사건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학회 측은 "교수님이 자문을 거절했다"는 문자만 보내왔다.
여론이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선뜻 자문하기 어렵겠다는 입장으로 이해됐다. '철저한 수사'라는 경찰 공언 이면에 이처럼 여러 의구심이 남는다.
신고자 A씨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상태에서 경찰 발표는 썩 개운치 못하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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