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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구인난 심화되며 10대 취업 증가 …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력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7 11:32

수정 2018.04.17 11:32

10대 청소년들의 12개월 평균 실업률 13.9%로 2001년 이후 최저
근로 청소년 비율 1990년대 이후 처음 증가
의회에 기업들의 청소년 채용 용이하게 만드는 법안 상정
취업 때문에 대학 포기할 경우 장기적으로 손실 우려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등학생 등 10대 청소년(틴에이저)들의 취업이 증가,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1%(3월)로 17년래 최저며 현재 종업원 채용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605만 2000개(2월)로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큰 차이가 없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동이 가능한 10대 청소년들의 12개월 평균 실업률은 3월 현재 13.9%로 2001년 이후 최저이자 2010년의 약 절반으로 하락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여름 방학 기간인 지난해 7월 16~19세 청소년들의 실업률은 13.3%까지 하락했다. 이는 미국이 베트남전에 휘말려 있었던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노트르담대학의 노동 경제학자 에비게일 보즈니액은 WSJ에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는 노동시장이 틴에이저들을 포함해 노동시장 밖에 머물렀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10대 청소년들은 “(어른들 보다) 컴퓨터 기술이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그들 모두가 당신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술이 없는 근로자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용주들은 고등학교의 직업 프로그램에 등록해 있는 기술을 보유한 학생들을 채용하기 위해 입사에 필요한 최소 연령을 낮추고 경력 요구 조건도 완화했다. 일부 기업들은 또 고등학생들이 일을 하면서 학교 수업을 받는 것은 물론 방과 후 스포츠나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주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취업 확대는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일단 기업들은 적은 인건비로 구인난 해소가 가능하다. 10대들의 중간 임금은 성인들의 절반이며 청소년들은 대개 건강보험이나 은퇴연금 등 복지 혜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자금을 일부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통한 소중한 경험을 쌓게 된다.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만 해도 미국 10대들의 약 절반은 식료품점이나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2010년에는 그 비율이 ¼ 정도로 축소됐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 알리시아 모데스티노는 대학 진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보다 자원봉사나 특별활동에 집중하면서 일하는 고등학생들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업무 자동화와 임금이 저렴한 이민 노동자들의 증가도 10대들의 취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빡빡해지면서 일하는 10대들의 비율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6~19세 미국 청소년 중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990년대 이후 처음 상승, 30.7%를 기록했다. 청소년들이 일하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연방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식료품점이나 주유소 근무, 그리고 동네 잔디 깎기와 베이비시팅(아기 돌보기) 등은 줄어든 반면 건강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10대들의 비율은 지난 20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컴퓨터와 데이터 프로세싱 분야의 10대 근로자 비율도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의회도 고용주들의 10대 청소년 채용을 지금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10대들의 취업 증가가 대학 교육의 필요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네소타대학의 노동 경제학자 파티 구베넨에 따르면 25세 이상 정규직 근로자들의 경우 대학 학위 소지자의 주간 중간 소득은 1286달러로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573달러 많다. 또 고등학교 중퇴자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게다가 고등학교 졸업장만 가진 사람들은 경기침체시 실업자가 되거나 고용 불안정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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