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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정부, 보편요금제 빈약한 논리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5:21

수정 2018.05.14 15:21

[현장클릭] 정부, 보편요금제 빈약한 논리
"단 하나의 요금제만 중심을 잡고 나머지는 인가제를 폐지해 경쟁하자는 것이다."
최근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고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공식 입장이다. 보편요금제 하나만 정부에서 규제를 하고, 현재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나머지 요금제에서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요금인가제는 지난 1991년 도입된 제도로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무선 SK텔레콤, 유선 KT)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에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의 취지는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과도한 요금인하로 경쟁사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업자들의 경쟁을 제한하고 요금제 담합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사실상 통신시장 경쟁 정책으로 요금인가제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라는 새로운 규제만 남기고, 요금인가제라는 나머지 규제는 없애겠다는 식으로 규개위를 설득한 셈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은 이통사의 요금 설계 자율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보편요금제의 예시로 제시되는 2만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제공량 1기가바이트(GB)는 현실적으로 이통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보다 높은 수준의 요금제에 아무리 좋은 상품이 나와도 소비자들은 외면할 게 불보듯 뻔하다. 보편요금제 도입 대신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이통사의 자율권을 높이겠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셈이다.

보편요금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다. 2년마다 정부가 이통사의 요금 설계권에 개입해 강제적으로 수준을 정하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요금을 설정하는 경우는 공공요금이 대부분이다. 가스나 수도, 전기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사업은 모두 공공기관이 전담하고 있다. 반면 이통사는 민간기업이다. 영리 추구가 목적이다.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대통령의 공약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가 물건너 갔으니 대안으로 나온 보편요금제라도 관철시켜야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빈약한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기정통부 전성배 통신정책국장은 "요금제에 대해선 자율권한이 주어진다. 보편요금제 빼고는…"이라고 말을 흐렸다.
애초에 요금 설계권부터 자율권을 박탈해놓고 나머지 부분에서 자율권을 준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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