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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 드러낸 이탈리아 콘테 총리, EU와 본격 충돌 예고

"공약 그대로 시행" 국정연설, 유로존 규정 재검토 필요 주장
재정적자 축소·모든 긴축 반대..연간 1천억유로 재정적자 예상
투자자 다시 伊국채 매도행렬..2년만기 금리 1.02%로 급등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과 본격적인 충돌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성운동과 '동맹' 연정이 내세운 주세페 콘테 총리가 국정 어젠다를 발표하면서다.

EU가 우려해 온 기본소득 같은 정책들은 일단 뒤로 미뤘지만 EU 재정건전성 기준 등은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포퓰리스트 공약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탈리아의 '협상력'을 강조해 연정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53세의 변호사로 정치 신인인 콘테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제안한 '혁명적인 변혁의 수호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겸손하면서도 굳은 결의를 갖고 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3월 4일 치러진 총선에서 기성정당들을 무너뜨리고 의회 과반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주 강경 반유로성향의 재무장관 지명으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각 승인을 거부해 진통을 겪은 끝에 친유로 성향의 재무장관으로 교체해 가까스로 내각이 출범했다.

3월 총선 뒤 동맹과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더 오른터라 시장은 내각 출범 무산이 이탈리아에 새 총선을 불러오고, 이는 결국 '유로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로 이탈리아 자산들을 투매한 바 있다.

일단 진정 국면을 보였던 매도세는 콘테 총리의 정책기조 연설 뒤 재개됐다.

콘테 연설 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면서 정치상황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22%포인트 급등해 다시 1%를 넘어서며 1.02%로 올라섰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은 연정이 오성운동과 동맹의 포퓰리스트 공약들을 시행하면 이미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가운데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정을 압박하는 최대 요인인 연금 개혁 무산을 주장한 이들의 공약이 현실화하고, 1인당 월 780유로의 기본소득 지급도 시행되면 연간 1000억유로 이상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콘테 총리는 EU와 협상을 통해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이해는 유럽 건설의 현 단계에서 유럽의 일반적 이해와 겹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는 이탈리아의 협상력에 대한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잔류할지를 확약하지 않은채 유로존 규정과 거버넌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콘테는 "통화동맹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책임과 연대의 원칙이 좀 더 효율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과 연대는 독일 등이 반대하는 유로존 채무 공동분담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긴축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콘테 총리는 어떤 채무 감축도 '긴축'보다는 경제성장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이 공약실천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즉각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런던 ADA 이코노믹스의 라파엘라 텐코니 창업자는 "진실은 이같은 구상이 결코 온전한 형태로 승인되고 즉각 시행될 가능성이 절대 없다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 재정적자는 GDP의 3%를 넘을 수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