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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아내의 된장국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1 17:06

수정 2018.06.11 17:06

[윤중로]아내의 된장국


아내는 된장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국물 음식을 원체 싫어하는 데다가 짠 음식이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유명 의사의 강연을 접한 이후로는 더욱 국을 끓이지 않는다

결혼 전까지 어머니의 된장국과 청국장에 빠져 살았던 입장에서 국 없는 식사는 고역이다. 국 없이 밥을 넘기면 왠지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집사람이 된장국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된장국을 끓이는 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일단 좋은 된장을 담그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메주를 띄우고 장독대를 수시로 닦는 고생은 옛 추억거리가 됐다. 된장국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감자 껍질을 벗겨야 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내려면 멸치도 잘 손질해야 한다. 팽이버섯, 매운 고추와 그리고 입맛에 따라 두부를 넣기도 한다.

된장국 한번 끊이려고 고추와 호박 등을 사기 위해 장을 보는 일도 직장인 여성에게는 만만찮은 일거리다.

힘들게 준비해 국을 끓여놨는데 맛이 제대로 안 난다고 핀잔이라도 주면 집사람에겐 다신 만들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된다. 한국 주부가 된장국도 제대로 못 끓인다고 주부의 자존심을 건드려 놓으면 그날 저녁 식사는 침묵 속에서 혼자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내는 최근 들어 이런 근심을 크게 덜었다. 동네 슈퍼에서 단돈 몇 천원이면 2~3인 가족이 충분히 끓여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된장국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버섯, 감자, 멸치, 고추 등 재료들이 모두 다듬어져 있고 된장도 어머니 손맛이 가득하다. 알알이 씹히는 다슬기는 우리 동네 슈퍼마켓 된장국의 맛을 더한다. 그냥 물에 넣고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 편리함은 더할 나위 없다.

그동안 국 없이 식사했던 아이들도 슈퍼에서 사온 된장국을 맛본 뒤 매일 먹고 싶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 덕분에 된장국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CJ, 대상, 오뚜기, 동원 등 주요 식품기업의 포장형 한식 출시경쟁이 뜨겁다. 각종 찌개뿐만 아니라 고깃국, 시래깃국까지 포장음식으로 출시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포장음식 개발·판매를 통한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식 열풍 속에서 포장된 한식 제품들은 전 세계 마트의 진열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이미 포장형 삼계탕은 중국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전통음식인 된장국과 청국장이 포장음식으로 해외로 대거 수출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가끔씩 퇴근 후 냉장고로 달려가 문을 살짝 열어본다.
냉장고 한쪽에 아내가 동네 슈퍼에서 사 온 간편식 된장국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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