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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신상필벌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7 17:18

수정 2018.06.27 17:18

[fn논단] 신상필벌


최고경영자(CEO)는 조직 목표달성을 위해 직원의 열정과 끈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동기부여제도를 마련한다. 요즈음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등의 인사관리가 경영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인사원칙으로 적재적소나 실적중심 등 여러 격언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신상필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상과 벌을 주는 제도는 조직기강이나 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예부터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信(신)은 '믿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반드시'라는 의미로 쓰인 부사어다.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범한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이다.


중국 옛 삼국시대에 조조만큼 상과 벌을 엄정히 집행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로 인해 때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난세에 천하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포상과 단호한 처벌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상과 벌에는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하고도 객관적 사실관계에 입각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때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사적인 친소관계가 작용된다든지, 상을 나눠먹기나 돌려먹기로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상벌은 남용하면 안 된다. 기강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벌이 가혹하거나, 반대로 관용으로 덮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사안을 상사의 권위를 세울 목적으로 빈번하고도 과한 벌은 조직관리에 역효과를 낸다.

상벌의 관대화 경향은 막아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를 위해 자체 심의기구를 둔다. 심의내용을 분석해 보면 시상은 더 많은 직원에게 큰 상을 주고, 징계는 되도록 적은 직원에게 가벼운 벌을 주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상벌의 긍정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자는 재심을 요구하기도 하고 심의위원에게 지나친 관용을 삼가토록 당부한 적도 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즉시포상제도와 사례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은행 실적이나 경영에 크게 기여한 유공 직원에게 즉각적으로 현금으로 포상하는 제도다. 포상분야에는 제한이 없으나 포상금액은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즉시성과 현금지급으로 인해 직원들 반응이 좋았고 지금도 가끔 회자되곤 한다.

감정가격이 2000억원을 넘는 비교적 큰 비업무용 부동산을 빠른 시일 내 매각하고자 했으나 당시는 금융위기 상황이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공매에서도 유찰이 되고 수의계약도 여의치 않았다. 급기야 전국지점장회의 석상에서 원매자를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며칠 후 모 지점장(지금은 영업본부장)이 부동산개발 전문가를 물색하고 협상 끝에 매각이 성사됐다. 이 특별이익으로 인해 그 분기 적자결산을 면할 수 있었다.
규정상 최고한도 보너스를 즉각 포상한 바 있다.

눈에 띄는 성과 하나로 포상이 이뤄진다면 평소 묵묵히 성실히 일한 대다수 직원에게는 좌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벌 평가자는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유지함으로써 조직의 협력 촉진과 자기계발 문화가 확산되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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