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삽으로 3m 땅굴 파 기름 훔친 '현대판 두더지'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8 12:00

수정 2018.06.28 13:51

올해 전남 여수 부근에 강씨 일당이 송유관 속 기름을 훔치기 위해 파놓은 땅굴. 사진=경찰 제공
올해 전남 여수 부근에 강씨 일당이 송유관 속 기름을 훔치기 위해 파놓은 땅굴. 사진=경찰 제공

땅굴을 파서 송유관 속 기름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훔친 기름 46만 L를 주유소에서 판매, 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2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강모씨(53)는 지난 2016년 6월 충남 천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땅속에 송유관이 묻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기름을 훔쳐 주유소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마침 주유소도 인근에 있었다. 그는 함께 범행할 공범들을 모집했고 보증금 1억원에 매달 550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주유소 운영권도 빌렸다.


현장에 모인 강씨 일당은 곧바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무작정 흙을 퍼냈다. 자칫 들킬까 인적이 드문 시간에만 작업을 했다. 약 10개월 만에 깊이 3m, 너비 1m의 땅굴이 만들어졌고, 곧이어 송유관도 찾아냈다.

이들은 송유관에 길이 90m 고무호스를 붙여 주유소 안 저장탱크까지 연결했다. 기름은 송유관에서 저장탱크로 곧장 흘러갔다. 강씨 등은 송유관에 기름이 흐를 때마다 진동이 울리는 알림장치도 부착해 한 방울의 기름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5개월간 경유, 휘발유 등 46만 L의 기름을 송유관에서 빼돌렸으며 이를 주유소에서 시가보다 L당 100원 가량 싸게 팔아 총 5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강씨 일당은 충남 천안 부근 땅 속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렸다. 강씨 일당이 송유관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놓은 모습. 사진=경찰 제공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강씨 일당은 충남 천안 부근 땅 속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렸다. 강씨 일당이 송유관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놓은 모습. 사진=경찰 제공

특히 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유소 곳곳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동해 단속반을 확인했다. 그러나 올해 전남 여수에서 같은 수법으로 기름을 훔치려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3m 깊이 땅굴만 파놓고 기름을 빼돌리기 직전이었다.

경찰은 강씨 등 3명을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한모씨(46) 등 6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공범 1명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용접을 하다가 실수로 폭발사고나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에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던 일당이 부주의로 불을 내 1명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붙잡힌 강씨는 전문가여서 다행이지 용접 등에서 발생한 불로 인해 폭발사고가 날 수도 있다"며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돌리는 범죄가 최근 지속 발생하고 있어 유관기관과 협조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삽으로 3m 땅굴 파 기름 훔친 '현대판 두더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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