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송영중 해임이 경총에 남긴 것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11

수정 2018.07.03 18:57

[차장칼럼] 송영중 해임이 경총에 남긴 것

회광반조(廻光返照). 이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다.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뜻이다. 머지않아 멸망하지만 한때나마 그 기세가 왕성한 걸 지칭하기도 한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깐 기운과 정신이 돌아오는 현상을 뜻한다고도 한다.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이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닫았다. 송 부회장은 지난 2일 손경식 경총 회장과 회원사, 언론 등에 보낸 A4용지 10장짜리 공개질의서 끄트머리에 '이제 입을 닫겠습니다.
회광반조, 저의 내면을 검색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송 부회장은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그리고, 이튿날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신의 해임안을 다루는 경총 총회에 송 부회장은 불참했다. 이날 송 부회장은 총회 참석 회원사 96%의 압도적 찬성으로 해임됐다. 지난 4월 6일 경총 상임부회장에 취임한 지 89일 만이다. 이번 사태는 48년 경총사에서 '흑역사'로 남게 됐다. 해임 총회가 열린 날 송 부회장은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이후 보였던 송 부회장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 5월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을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에서 재논의하는 데 양대노총과 물밑 합의하는 걸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총이 경영계와 일절 논의없이 노동계와 야합했다"는 비난이 송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이후에는 송 부회장이 맘대로 '재택근무'를 했다거나, 경총 사무국 핵심 임원의 사직을 종용했다는 등 내홍으로 번졌다. 송 부회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신에게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지자 적극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섰다. 모든 잡음이 경총의 구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경총 사무국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했다고 언론을 통해 수차례 주장했다. 해임 전날까지도 공개질의서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손 회장의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회광반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송 부회장의 회광반조는 두 가지 메시지로 다가온다. 우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것일 게다. 이미 해임될 것을 예상하고, 마지막 일성을 던진 것으로도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론, 경총에 보낸 '경고'라고 이해하고 싶다. 이유야 어찌됐든 경총도 이번 일을 통해 사업비 유용 등 불투명한 운영의 민낯을 드러냈다.
지금같은 주먹구구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위기가 경총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 더욱이 지금은 진보정권의 시대 아닌가. 친노동과 재벌개혁에 촛점을 맞춘 정권에 맞서 경영계를 온전히 대변하려면 경총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투명한 프로세스와 합리적 의사결정이 작동하는 개혁 없이는 경총의 미래도 없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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