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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출산율 1.0명' 단상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6 17:24

수정 2018.07.16 17:24

[윤중로] '출산율 1.0명' 단상


세상을 살다보면 심각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내 일이 아니어서 또는 피부에 와닿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들이 있다.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사고로 사람이 죽어나가기 전까지 건축물 안전시공의 중요성을 모른다. 발생하지 않은 일이고 당장 문제될 것이 없어서다.

인구문제 또한 그런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역대 최저치다.
가임기간에 있는 여성이 낳은 자녀수가 합계출산율이다. 1.05명은 남녀 2명이 1명씩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인구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는 '1.0명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는 1992년 과거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무너지면서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지자 발생한 적이 있다. 1990년 동·서독 통일 때 동독의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체제가 붕괴될 때 등장하는 수치다. 출산율 1명 미만을 경험한 국가들은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도시형 국가들이다. 나라 전체에 미칠 사회, 경제적 파괴력은 우리나라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는 이 정도 출산율이면 심각한 '쇼크'를 받고 절망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되레 담담한 듯 보인다. 특히 여성들이 더 그렇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계인구의 날을 맞아 지난 11일 파이낸셜뉴스가 개최한 '제2회 서울인구심포지엄' 패널 토론에서는 "아이를 낳으라는 엄청난 사회적 강압을 느낀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언급이 나왔다. 남성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렵다. 그런데 사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닿는 부분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면 "취업도 못해 내 코가 석자인데, 왜 출산, 나아가 국가를 걱정해야 하는가"라는 반문이 바로 돌아온다. 출산율을 높이고 출생아 수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딴 세상 일로 생각하는 이유가 들어있다.

여성 입장에서는 평등 문제도 있다. 과거에 비해 성평등지수는 높아졌다.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낳으면 '독박육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대부분 한다. 사회구조가 패러다임 전환을 하지도 않았고, 저출산 극복대책을 내놓는 정부조차도 직접 출산을 지원해 아이를 더 낳게 하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해법은 아이 낳는 것을 딴 세상 이야기인 듯 보는 젊은이들의 태도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출산'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출산이 저절로 이뤄지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 말이다. 최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으로 저출산대책 방향을 튼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국가가 주도하고 단기 실적 올리기 위주의 저출산 극복정책은 실패했다.
과거 10여년간 100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과거처럼 아이들 두셋 낳을 수 없는 시대여서 저출산 '극복'보다는 '적응'으로 정책방향 전환도 고심해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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