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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의 차이나 톡] 영화로 만난 中 의료현실의 민낯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9 17:04

수정 2018.07.19 17:04

[조창원의 차이나 톡] 영화로 만난 中 의료현실의 민낯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리얼리즘 성향의 영화 한 편이 중국 극장가를 강타했다. '워부스야오선(我不是藥神·아부시약신·사진)'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중국 내 낙후된 의료현실과 부조리를 꼬집은 내용을 담았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을 모태로 영화 줄거리를 재연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성질은 괴팍하고 사는 환경도 그저 그런 중년남성 청융이 우연한 계기로 인도에서 골수암 치료제 복제약을 밀수로 중국에 들여오는 사업에 나선다. 바싼 약값으로 고통받는 중국 내 만성 골수암 벽혈병 환자들에게 정상 가격의 40분의 1에 불과한 복제약을 공급하는 것이다. 인도 복제약이 음성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도 돈방석에 앉는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제약회사의 압박에 사업이 중단되고, 싼값의 복제약을 구매하지 못한 환자가 죽는 일이 벌어지면서 청융의 인생도 전환기를 맞는다. 인도 복제약 판매를 재개해 원가에 환자들에게 공급하면서 타인을 위한 삶을 실천하는 것.

이 영화의 흥행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전랑'처럼 중국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들이 상업적 애국주의에 기댄 것에 비해 이번 영화는 중국 내부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리얼리즘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의료환경과 수준은 여전히 취약하다. 더구나 각 지역 성의 경제수준에 따라 의료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중국의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일반 농민공들의 원성이 높다. 복제약을 밀수로 들여와 거액을 챙기는 부조리한 의료시장의 개혁도 갈 길이 멀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중국 내부의 폐부를 가감 없이 드러낸 리얼리즘 영화가 중국 극장가에 상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체제불안을 야기하는 일체의 영상물, 책자, 공연 등에 대해 강도높은 검열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까다로운 검열 심사를 통과하고 대중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영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시 주석이 부패척결과 민생안정을 내세워 중국 통치를 끌어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대리 선전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부정부패는 시 주석 집권 이전에 벌어졌던 일이며 지금은 이런 부조리를 정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 영화의 흥행에 맞춰 약값인하를 천명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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