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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2분기 성장률, 왜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6 17:37

수정 2018.07.26 17:37

(1) 반도체 의존한 수출 (2) 고용 둔화로 소비 위축 (3) 투자마저 저조
추경, 성장 기여도 미흡.. 미·중 무역전쟁 확산으로 하반기 더 둔화될 수도
부진한 2분기 성장률, 왜

부진한 2분기 성장률, 왜

2·4분기 성장률이 0%대로 둔화된 것은 한국 경제의 3대 축인 수출·내수·투자가 모두 부진한 영향이 컸다. 수출은 반도체가 홀로 이끄는 위태로운 성장 속에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소비의 경우 10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 등에도 성장 기여도는 1·4분기보다 뒷걸음질 쳤다.

투자 부문은 아예 '쇼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무려 6.6%나 급감하며,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건설투자도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 확산 등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 차례 하향 조정한 전망치보다 올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의존 성장세 둔화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1·4분기 1.0%보다 0.3%포인트 증가세가 둔화됐다.

일단 한은은 2·4분기 0%대 성장세에도 연간 2.9%의 성장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남은 3·4분기와 4·4분기 성장률이 각각 0.82∼0.94% 수준을 기록할 경우 연간 성장률은 2.9%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설명대로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크게 나쁘지 않다. 실제 2·4분기와 상반기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대다수 경제지표의 성장세는 1·4분기 대비 큰 폭으로 꺾였다.

수출은 2·4분기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1·4분기 4.4%에서 0%대로 급락한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에 의존한 성장세가 꺾이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시장 일각에선 올해 3·4분기 이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발 반도체 물량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수출에 '메가톤급' 수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수입품 500억달러 상당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액이 282억6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중국과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장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이 밝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 침체에 소비마저 부진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두 지표의 성장 기여도도 1·4분기 0.3%포인트에서 2·4분기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로 떨어졌다. 정부의 재정 투하에도 소비 활성화 효과는 크게 없었던 셈이다.

특히 고용둔화가 소비를 옥죄고 있다. 이미 정부의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8만명으로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났다. 소비 선행지표인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내려간 101.0을 기록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탄핵 정국이었던 지난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설비투자는 6.6%나 떨어지며 9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어들었다. 이 같은 설비투자 부진은 전체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수출 때문에 1·4분기에 크게 늘었다가, 2·4분기에 조정되면서 하락했다"며 "기저효과로 증가세가 조정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71.0%에 머무는 등 기업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낙관적 분석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투자 역시 전체 성장률을 0.2% 끌어내렸다. 지난 1·4분기 0.3%포인트에서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로 전환됐다.


이에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2.9%)를 대폭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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