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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일대일로 수혜국이 치를 대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4 16:30

수정 2018.08.24 16:30

[월드리포트]일대일로 수혜국이 치를 대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채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인프라 건설을 해온 수혜국들이 부채 더미에 올라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전에 빌려줬던 자금의 상환시기는 이미 도래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1995년부터 우대대출 형식으로 개발도상국들에 차관을 제공해왔다. 이 차관의 거치기간은 통상 20년이었다는 점에서 채무상환 기간이 속속 도래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140개국에 지원한 자금은 약 3544억달러(약 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뿐만 아니라 자금지원 성격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일고 있다. 우선 자금을 빌리는 국가의 신용수준에 맞지 않게 많은 자금을 빌려주면서 해당국의 상환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중국의 대외원조는 무상원조가 많은 선진국들의 공적개발원조(ODA)와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 자본은 상업적 목적이 강한 대출, 수출신용, 보조금, 투자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금 성격이 무상공여보다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차관이라는 점에서 이자도 비싸다. 통상 서구 차관이 1%가량의 저리인 데 비해 중국 차관은 3%대 초반의 고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의 경우 무상공여로 자금을 빌려주든가 자금상환 능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 자금을 빌려주는 탓에 제도적 투명성이 떨어지는 독재국가와 저개발국가에서는 서구 자금을 받기 힘들었다. 중국 자금은 이 같은 기준이 낮아 이들 국가가 손쉽게 손을 벌려오면서 막대한 자금을 빌리고, 나중엔 빚더미에 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채무 상환이냐 채무 탕감이냐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수혜국들에 빌려준 돈을 정당하게 돌려받겠다는 입장인 반면 채무능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은 채무재조정을 원한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다른 주요 채권국가와 달리 부채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할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 일본, 한국 등 '파리클럽'에 속한 22개국은 채무국이 공적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없으면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중국은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임시참가국으로만 등록돼 있다. 중국이 국제적 채무탕감 룰을 지킬 이유가 없는 셈이다.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역량에 맞지 않게 달콤한 사탕에 빠졌던 수혜국들이 벼랑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급기야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남태평양 도서국 통가가 최근 중국에 체납하고 있던 1억1700만달러(1910억원)의 대출 채무를 탕감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다른 국가들도 중국과 채무재조정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국들의 바람과 달리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최근 일부 국가의 채무탕감 요구 소식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는 "'부잣집' 중국에서 한탕 해먹을 생각을 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채무 재조정 요구를 완강히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부채상환이 절대적으로 어려운 국가들과 채무재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내세우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수혜국이 내놔야 할 '담보' 역시 중국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정해질 공산이 크다.
달콤한 과실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임박한 셈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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