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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韓·中 핀테크 命運 갈린다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7 16:54

수정 2018.08.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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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韓·中 핀테크 命運 갈린다


중국을 좀 안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선 거지도 QR코드로 동냥을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실이다.

기자가 베이징특파원 시절 아침에 일어나 베이징 시내를 걷다보면 중국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요우티아오'(꽈배기 모양의 빵), '도우지앙'(중국식 두유) 등을 파는 노점상 앞에 길게 늘어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아침식사를 집에서 하기보다는 노점상에서 이 같은 간단한 중국식 요리를 사서 그 자리에서 먹거나 회사로 출근해 먹는다.

하지만 한국처럼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현재 한국의 카카오톡이 추진하고 있는 QR코드 결제방식과 같이 웨이신(위챗)페이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웨이신은 카카오톡과 같은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웹을 다운받아 음식을 비롯 전기료 등 공공요금, 여행 시 호텔 및 중국의 고속철 '가오티에' 예매 등 사실상 모든 결제에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같은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웨이신페이를 연동시키면 하차 시 자동결제돼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한국에선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이 같은 일들이 이미 3~4년 전부터 중국에선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국의 핀테크 현실은 어떤가.

이제서야 웨이신페이와 같은 방식의 서울페이, 소상공인페이 등 각종 페이들이 영세상인들을 위한 '제로페이'라는 명목으로 난무하고 있다. 중간단계에 카드사 및 밴(VAN)사업자가 끼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없는게 당연한데도 마치 새로운 기술이나 되는 것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부와 여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은산분리는 또 어떠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히고 야당도 지분 한도를 5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25~34%로 완화하는 방안조차 합의를 보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당내 의견수렴 절차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 번 후퇴하면 결국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이미 웨이신 운영업체인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 등 ICT 기업들이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은행이 4개나 된다.

특히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엔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마저 뛰어넘었다.
우리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면 핀테크를 비롯, 많은 부분에서 중국과의 격차는 현재의 페이만큼이나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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