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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유니패스의 치열한 세계시장 도전기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2 16:41

수정 2018.09.02 21:06

[차관칼럼]유니패스의 치열한 세계시장 도전기


지난 7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인 '유니패스' 수출국가가 또 하나 추가됐다. 가나 정부와 4000만달러 규모 계약 체결에 따른 것이다. 이 계약으로 유니패스는 2005년 카자흐스탄에 첫 수출한 이래 12개국에 3억8885만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하게 됐다. 우리나라 '행정한류' 수출 1위의 대표주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974년 시작된 유니패스는 지금의 인터넷과 모바일 통관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관세행정 노하우가 결집돼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수출입하는 물품에 대한 세관신고, 세금납부 등 모든 통관절차를 전자적인 방식으로 쉽고 빠르게 처리한다.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관세청은 2005년부터 유니패스 수출사업을 시작했다. 유니패스를 개발한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글로벌 관세행정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외수출은 우리나라가 전체자금의 약 10%를 무상원조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입국이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출대상국은 주로 개도국인데, 개도국이 관세행정 현대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가발전에 필수적인 수출 촉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수를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탄자니아는 우리나라의 유니패스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TANCIS)을 구축해 통관시간을 31일에서 15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그간 숨어있던 세원을 포착해 세수가 3억9000만달러에서 6억5000만달러로 65% 증대하는 효과를 거뒀다. 에콰도르(ECUAPASS)는 통관시간을 단축해 연간 320억원 상당하는 물류비용 절감과 무역 원활화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관세기구(WCO)의 관세행정 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니패스 해외수출은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해외진출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유니패스 수출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선진 각국이 개발도상국에 자국의 행정시스템을 확산하기 위해 막대한 원조를 퍼붓는 등 정부 행정시스템 수출시장도 민간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터다.

영국의 크라운에이전트와 싱가포르의 크림슨로직, 일본 낙스 등 길게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기업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스템 개발사업은 도입국의 정치적 선택이 우선돼 수출계약이 임박해서 다른 시스템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수주지원을 위해서는 관련 원조예산 확대와 범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정상회담, 관세당국회의, 각종 포럼.회의 등의 교류를 유니패스 수출 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재정이 부족한 수출국에 다양한 유무상 자금지원방안도 제공해야 한다. 후속 사업을 발굴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과 전략도 필요하다.

최근 계약을 맺은 가나도 2015년부터 가나세관 직원을 대상으로 초청 연수와 관세발전 세미나, 양국 관세청장 회의 등 다각적인 노력 끝에 경쟁국을 물리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달 서울에서 유니패스 해외구축 확대를 위한 민관협의회가 열렸다. '행정한류'의 대표 주자인 유니패스를 신흥시장에 확산하기 위해 관련 기관 모두가 두팔 걷고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민관의 치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유니패스가 세계 통관시스템 시장을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김영문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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