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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제적 망신 '전주연금'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7 16:32

수정 2018.09.17 17:06

[차장칼럼] 국제적 망신 '전주연금'

"세계 3대 연기금의 수장이자 '자본시장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가 돼지분뇨 냄새를 견디는 것이라니. 이게 실화입니까. 새로 선임될 기금운용본부장(CIO)이 비운용 전문가면 더 국제적 망신을 당할 텐데 씁쓸하네요."

최근 만난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처한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미국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국민연금 CIO 자격을 돼지분뇨 냄새를 견뎌야 하는 자리라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WSJ는 "5000억달러(약 561조원) 이상의 자산을 감독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구함. 시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겠지만 정치적 비판까지 감내할 수 있어야 함. 룸메이트와 방을 기꺼이 나눠 쓰는 포용력 있는 사람 우대. 돼지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라고 썼다. WSJ는 "해당 지역에서 올해 155건 이상의 악취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며 돼지 삽화를 그려넣고 아래에 '이웃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기금운용본부에서 분뇨 냄새가 나지도 않고, 근처에 아파트 등 거주단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 벤처의 신화로 꼽히는 알토스벤처의 김한준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외면하고, 외국인투자자들도 방문하기 어려운 현실이 아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적인 경제 유력 매체에서 조롱을 당한 것도 서러운데 이를 만회하고 하락한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릴 CIO직에 비운용 전문가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이 지방으로 본부를 이전했음에도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그대로 남겨둔 이유를 국민연금은 왜 헤아리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나라 안팎의 여론이 이렇게 거센데도 국민연금 경영진은 이른바 '전주연금'으로 행보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올해 초 전주에서 열린 국민설명회에서 전주 2청사에 이어 제2사옥 건립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취임식에선 전주로 기금운용본부를 이전시킨 주역이 자신이라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도 미국의 작은 시골동네 오마하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북 혁신도시에 대한 지역적 민심 달래기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벌어진 인력 이탈이나 수익률 저하에 대한 고찰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이권에만 휘둘려 만신창이가 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위상과 수익률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 또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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