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강 상표권 10년 분쟁… ‘양말 금강’이 이겼다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18 16:56

수정 2018.09.18 18:19

양말과 구두 유사상품 아냐..소송 제기한 금강제화 패소
금강제화 상표(왼쪽), 금강텍스 현 상표(가운데), 금강텍스 최초 등록상표
금강제화 상표(왼쪽), 금강텍스 현 상표(가운데), 금강텍스 최초 등록상표

'금강' 상표권을 둘러싼 금강제화와 양말 제조사 간 분쟁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양말 제조사가 금강 상표를 먼저 등록했고, 구두와 양말은 서로 다른 제품인 만큼 유사한 상표를 쓰더라도 금강제화가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고 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함석천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금강(금강제화)이 양말제조사 금강텍스의 대표와 판매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구두제조사 vs 양말제조사 간 소송전

마름모로 둘러쌓인 '금강' 표장은 1960년대부터 사용된 금강제화의 대표적인 로고로, 1987년 처음 상표로 등록됐다. 한편 금강텍스의 전신 금강섬유는 지난 1969년 펜 모양의 도형 안에 'KUMKANG' 이라는 글귀와 하단에 '금강'이라고 표시된 상표를 등록한 후 관련 상표가 새겨진 양말을 판매해 왔다.

같은 이름의 상표를 사용했지만 구두와 양말이라는 서로 다른 제품을 판매해 온 두 업체는 이후 수십 년간 별다른 마찰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금강제화는 2002년 금강텍스가 자사 상표와 비슷한 마름모꼴 표장이 새겨진 양말을 판매하자 "표장을 사용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금강텍스 측도 금강제화가 똑같은 표장의 양말을 판매하자 상표권 위반으로 고소했고, 이들 업체 간 민·형사상 소송전이 벌어졌다.

상표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소모전으로 치닫자 두 업체는 이듬해 1월 해당 상표에 대해 '구두는 금강제화, 양말은 금강텍스가 사용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합의각서를 맺었다.

■상표권 2차전… 法 "상표권 침해 아냐"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평화는 금강텍스 측이 2013년 2월 마름모꼴 표장에 대해 상표등록을 출원하면서 깨졌다. 금강제화는 이의신청을 했고, 특허청은 '해당 표장은 수요자들에게 금강제화의 상표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이를 양말류 등에 사용할 경우 금강제화와 관련된 상품으로 오인·혼동을 일으켜 수요자들을 기만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강텍스의 상표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강제화는 특허청의 결정 이후 금강텍스와 판매사를 상대로 부정경쟁 및 상표권 침해 소송과 함께 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지난해 12월 제기했다.

법원은 특허청과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양말은 발 피부 보호를 위해 맨발에 신는 것이고, 신발은 외부에서 보행을 위해 사용되는 점에서 용도가 다르고, 상품의 원재료와 형상도 다르다"며 "이에 따라 수요자와 거래자들은 각 상품의 제조사가 다르다고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금강텍스가 금강제화보다 먼저 상표를 등록했기 때문에 신발과 양말이 유사한 상품이더라도 금강제화는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해당 표장을 사용한 양말이 금강제화의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혼동할 수 있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두와 달리 양말에 대해서는 금강이라는 상호가 금강제화의 표지로 국내에 널리 인식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금강텍스가 상표를 등록한 1969년에는 금강제화의 구두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상품 출처를 오인할 여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강텍스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동인 장시원 변호사는 "그 동안 특허청 및 특허심판원에서는 주로 금강제화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 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관련 쟁점들에 대해 법원에 의한 판단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서 거절됐던 상표를 특허청에 다시 출원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강제화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향후 대응책을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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