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차장 칼럼] 상권분석 데이터의 신뢰도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0 18:13

수정 2018.09.20 18:50

[차장 칼럼] 상권분석 데이터의 신뢰도

'본 서비스의 모든 상권현황은 해당 상권에 진입 또는 퇴출을 고려하는 소상공인에게 상권 성장 여부에 대한 추세를 제공하여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으로 시장 전체의 규모를 표현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보도, 교육, 연구 등 시계열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통계청의 자료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팝업 안내다. 이 사이트에는 지역·업종별 창·폐업, 인구, 집객시설 등 53종의 상권 현황과 경쟁 정도, 입지등급, 수익성 등의 분석정보를 제공해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업주에게는 유용한 정보인 셈이다.

실제로 행정구역을 선택하고 업종을 지정하면 해당 지역의 업소 현황과 증감률을 볼 수 있다.
해당연도에 업소 숫자가 몇 곳에서 몇 곳으로 늘었는지, 줄었는지 숫자도 나온다. 서울의 커피점·카페를 선택하면 지난해 상반기 1만5418곳에서 하반기 1만5052곳으로 2.37% 줄어든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식이다.

창업률과 폐업률도 숫자로 보여준다. 상권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커피점·카페의 창업률은 1.8%, 폐업률은 1.3%다. 하반기 창업률은 3.2%, 폐업률은 4.5%로 나와 있다. 구체적인 숫자들이 나열되지만 이 모든 통계는 참고용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 전체의 규모를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추세를 나타내는 자료일 뿐이다.

그렇다면 상권정보사이트에서 권하는 대로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자. 통계청의 창업기업 실태조사는 2015년 것이 가장 최근 자료이고, 소상공인 현황도 2015년 것이 마지막이다. 소상공인 현황 역시 세부 데이터가 아니라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 정도만 나온다. 그나마 업종별로 나오는 전국 사업체 조사가 2016년 자료이지만 이마저도 중분류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최신 현황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고 중분류, 소분류까지 세부적으로 보여줄 수 없느냐는 게시글도 잇따른다.

전문가들 역시 창·폐업 자료 분석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상권분석 전문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권정보사이트의 통계를 토대로 분석을 했는데 얼마 전부터 연구자료로 쓸 수 없도록 했다"면서 "통계청 자료 역시 개인이 데이터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이 지난 자료라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폐업률이 높다보니 공식 자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의 데이터는 신뢰도가 기본이다.
자치구 단위로 세부적 숫자까지 공개하는 통계에서 창업을 하든, 폐업을 하든 추세만 알려줄 테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자세는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모습일 수밖에 없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