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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기술 탈취'의 속내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8 17:01

수정 2018.09.28 17:01

[월드리포트] 중국 '기술 탈취'의 속내

중국의 '기술탈취' 논란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양보안에 꼭 포함되길 원하는 게 기술탈취 방지방안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기술탈취 방지를 포함한 양보안을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올려놔야 양국 무역전쟁이 멈출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적으로 중국에 대한 기술탈취 논란은 선진국들의 요구대로 당장 시정돼야 하지만 몇년 뒤엔 중국이 오히려 기술탈취 논리를 상대국들에 들이댈 공산이 크다.

중국의 기술탈취 방식은 집요하고 다면적으로 전개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방식이 가장 큰 탈취행위로 거론된다.
아울러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기업스파이를 동원해 기술을 빼내거나 새로 나온 첨단 기술이나 콘텐츠를 불법복제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논쟁이 되는 부분은 해당 기술을 갖춘 기업을 사들이는 중국기업의 행보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는 점이다. 정당한 거래비용으로 기업을 사들인다 해도 해당 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이 역시 기술유출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기술탈취라는 관점의 행위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기술이전 요구행위다.

주로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독자법인 설립 대신 중국측 파트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도록 규정한 뒤 사업이 시작되면 주요 기술을 넘겨줘야 합작사업을 유지하겠다며 몽니를 부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기술탈취 지적에 대해 중국도 할 말은 있다. 외국계 기업 측이 중국에서 돈을 벌고 싶어 중국시장에 스스로 들어왔으며 기술이전 문제는 중국과 외국측 양자 민간 파트너간 결정하는 사안이라는 식이다.

중국의 아전인수격 주장에도 대륙시장에 목매고 있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기술 선진국들은 중국 내 자국 기업들의 불이익이 우려돼 말문을 닫고 있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을 격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성명에서 "중국 측은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의 경쟁자에게 기술이전을 하도록 강요하는 등 기술과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수많은 불공정 정책과 관행에 개입해 왔다"며 중국의 기술탈취를 강도 높게 맹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의지를 감안하면 미·중 무역전쟁 협상에서 중국이 기술탈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게 과연 미·중 무역전쟁 해소방안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배경은 당장 격차가 벌어져 있는 미중간 무역수지 적자폭을 개선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모두 미래기술과 시장을 장악해 글로벌 경제패권을 독차지하겠다는 게 속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기술탈취에 대한 양보와 제도개선 약속은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는 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장 기술탈취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분명 시정되고 개선돼야 하는 건 맞다. 문제는 중국이 향후 기술탈취에 대한 새로운 양보규정을 통해 향후 중국을 추격해오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문제로 압박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주요 첨단기술 관련 특허신청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미래기술 시장 선점을 준비 중이다. 짝퉁과 기술탈취라는 과거의 행위를 덮고 미래에 오히려 기술의 주인을 자처하며 추격자들을 견제하려는 게 중국의 장기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임하면서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 믿는 건 바로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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