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야당협조 이끌 '디테일'이 아쉽다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30 16:09

수정 2018.09.30 16:39

[차장칼럼]야당협조 이끌 '디테일'이 아쉽다

2017년 연말 개봉한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어둠의 시간)'는 1940년 독일로부터 강화조약 체결 압박을 받은 영국 지도자들이 등장한다. 그중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의 영웅담을 주된 소재로 다뤘다. 영화엔 전쟁영웅 처칠뿐 아니라 그와 대비되는 무능한 지도자의 전형으로 체임벌린도 나온다. 체임벌린은 처칠의 전시내각 출범 전까지 영국을 이끈 총리였다. 1938년 9월 히틀러에게 체코 영토 일부를 양도하는 뮌헨협정을 체결한 유화파였다. 협정 뒤 체임벌린은 더 이상 영국엔 전쟁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년 뒤 독일이 폴란드 침공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집어삼키면서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됐다. 반면 후임인 처칠은 독일이 영국에 내건 강화조약을 거부하고 독일과 전쟁을 택해 종전 뒤에는 국가적 영웅이 됐다.

이 영화 개봉 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체임벌린 이미지 씌우기에 주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당시 영화 감상평과 함께 "지금은 어둠의 시간"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전력을 기울인 유화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시는 비핵화 이슈로 북·미 갈등 속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민감한 시점이었다.

어느덧 계절도 정세도 여러번 뒤바뀌어 한반도 정세가 그나마 안정된 10월을 맞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9월 평양 회담까지 그동안 세차례나 열렸다. 올해 말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앞두고 있다. 미국도 기존의 전쟁 경고보다는 비핵화 이행 장기전에 돌입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만큼 감정도 누그러졌다. 물론 비핵화는 여전히 한반도 안보의 최대 뇌관이다. 언제 다시 정세가 뒤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협상 중재자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크게 완화시킨 노력과 공로만큼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평양 회담 뒤 국정 지지도는 50% 붕괴 직전에서 급반등, 60%대를 넘어서며 다시 안정권에 올라섰다.

다만 국제외교전에서의 활약과 달리 야당에선 국내정치는 아쉽다는 평가 속에 뒷말도 나온다. 4·27 판문점선언 이행 비준안을 여야가 평양 회담 뒤 논의키로 결정한 당일 오후 정부가 요청서를 강행한 일이나, 평양 회담 동행명단 발표가 일방적으로 청와대발로 나오면서 일부 야당은 국회 경시 행태라며 크게 반발했다.
국회가 각종 문제로 지탄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국민이 뽑은 헌법기관이자 행정부 감시기관이다. 더구나 남북 간 화해나 경제협력 재개 등의 중대사는 야당의 도움 없이는 성사가 쉽지 않다.
정부 스스로 소모적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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