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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Just Do It" 외친 박원순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5 16:55

수정 2018.10.05 16:55

[여의도에서] "Just Do It" 외친 박원순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키워드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비트코인 열풍에서 시작된 '블록체인'이다. '유엔 미래보고서 2050'은 블록체인을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 중 하나로 꼽았고,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전 세계 블록체인 시장이 2030년 3조1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펀드(100억위안) 조성에 나섰다. 국내의 관심 역시 뜨겁다. 블록체인 전문기업과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블록체인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블록체인 투자는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우리에겐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는 하는데, 개념은 어렵고 정말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을지 피부로 체감되진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시장이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리는 스위스 주크시에서 블록체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유럽 순방 주요 목적이었던 국제사회적경제포럼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 80여개국 1700여명의 세계 사회적경제인 네트워크를 모아내는 성과를 낸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성장 분야까지 활동의 외연을 확대했다. 아직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고,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은 1년여 준비 끝에 5개년의 미래 청사진을 내놓았다. 총 1233억원을 인프라, 인재양성 등에 집중 투입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해 보겠다고 한다. 오는 '2021년 개포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인재·기업이 집적될 수 있는 세계적 수준 글로벌 블록체인센터를 오픈하고 총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블록체인 기술 관련 유망 창업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주크시장과 면담하고, 크립토밸리에서 활동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주요 기업들의 사업계획을 꼼꼼하게 경청하며 블록체인의 미래를 확인했다. 주크시는 암호화폐 '이더리움' 개발사를 비롯해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입지해 크립토밸리라는 혁신적 블록체인 생태계가 조성된 지역이다.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첫 번째 정부이기도 하다. 박 시장과 동갑내기인 돌피 뮐러 주크시장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리스크를 생각하기보다는 도전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신 "Just Do it"을 외쳤다.

지금은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작점에 서 있다. 누가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경쟁력의 주도권을 가질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먼저 혁신하고, 준비하고, 투자하는 자가 미래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은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도시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달리는 지하철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카드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값싼 가격에 지하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를,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유와 나눔' 문화를, 희망제작소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험하며 남들보다 한발 먼저 미래를 개척해 왔다.
박 시장이 'Just Do It'으로 서울을 세계적 블록체인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dikim@fnnews.com 김두일 정책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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