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뜩이나 기피하는데"…'미운오리새끼' 된 경찰 기동대 순번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7 10:27

수정 2018.10.07 10:51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경위는 지난 8월 '기동대 유보신청서'를 냈다가 반려당했다. 기동대 우선 순번에 있던 A경위는 그동안 목과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을 꾸준히 호소했다. "팔을 제대로 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병원까지 가서 진단서를 받았지만 돌아온 건 "진단서 제출자들은 유보에서 제외한다"는 대답이었다.
#2. 다른 경찰서에 근무했던 B경위는 기동대 근무 6개월 만에 허리 통증으로 진단서를 제출하고 기동대를 나왔다. 2년 전에도 기동대 근무가 인정되는 방범순찰대에서 6개월 근무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중간에 나와 1년의 기동대 근무가 전부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현재는 지구대 근무 중이다.


최근 경찰 기동대 근무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찰 조직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동대 업무의 특성상 순번제로 돌아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찰관이 유보신청을 해도 받아 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의무 경찰 폐지로 경찰관 확충이 불가피하고 기동대 근무를 기피하려는 경찰관들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력단절·경과자 차별·빠른 순번 등 '불만'
7일 경찰에 따르면 시위진압, 방범순찰, 재난재해시 구호 및 복구 등의 업무를 하는 기동대는 현직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1년 단위의 근무를 순번제로 돌아가며 인원을 충당한다.

최근 들어 기동대 근무 차출 유보신청 조건이 더 엄격해졌다. 유보심사위원들의 진단서 판단 기준이 특정 질병 2~3개 사유를 제외하고는 반려되는 사례가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기동대 차출 순번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 지면서 경찰관 개인의 건강상태, 경력 관리 등이 무시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경위는 "기동대 근무를 시작하면 병원을 시간내서 오랜시간 가기도 힘들 뿐더러 기동대로 차출됐다가 기존에 근무하던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면 돌아갈 자리도 없다"며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도 기동대를 다녀오면 경력 단절처럼 돼 버려 '일단 가보라'는 말은 무책임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수사와 보안을 담당하는 경과는 기동대 차출에서 예외다.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수사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경과자는 총 경찰 인원인 12만명 중 약 3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분야에 근무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다른 분야도 분명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데, 갑자기 기동대 발령이 나 버리면 전문성을 키우기 힘들어 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무 관계자는 "최대한 지원자를 위주로 선발하고 있지만 6개월 전에 다녀왔는데 또 가야하는 대상자가 생기면 고민이 깊어진다"며 "인력 공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기동대 차출 조건이 엄격해진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2023년 9월 이후에는 의경이 전면 폐지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의경 폐지와 관련, 인원을 충원해야하니 현직에서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선발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기준대로 한다.
불가피한 조치"

이 같은 일부 경찰관의 불만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지방청마다 인사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피 보직으로 꼽히는 기동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엄격하게 하지 않고 진단서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면제시키게 되면 다른 경찰관들이 본인을 대신해서 가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희망자 위주로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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