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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일상 속 적폐' 과감히 청산해야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8 17:04

수정 2018.10.08 17:04

[윤중로] '일상 속 적폐' 과감히 청산해야

"슈퍼 주인 아줌마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콜럼버스라고 하는데요. 아메리카가 신대륙이었나요?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이전에 원주민이 있었다는데, 그들이 먼저 발견한 거 아닌가요?"

"친구 엄마들이 선생님에게 '피부가 까만 친구들이랑 짝꿍 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대요. 아빠가 영국사람인 친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을 안하세요. 왜 그러는 거예요?"

어느 휴일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딸이 아침 밥상머리에서 뭐가 그리 궁금한지 조잘댔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에 쏟아낸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교육을 받았다. 이 질문에 머뭇거리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딸이 한마디 거들었다.

큰딸은 "완전 사대주의네. 아메리카의 원래 주인은 조상 대대로 살던 원주민이거든"이라며 "서양 사람의 역사가 아니라 객관적인 역사를 배워야 해"라고. 막내는 언니한테 한 소리 듣자 이에 질세라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왜 OO이 엄마는 선생님에게 짝꿍을 바꿔달라고 하지?"라고 재차 물었다.
큰딸은 큰소리로 "사대주의라니깐. 피부 색깔이 뭐가 중요한데…"라고 오히려 작은딸에게 되물었다.

작은딸은 "나는 까만 피부 친구가 더 좋아. 나한테 잘해주거든"이라면서 "선생님이 그 친구와 짝꿍하라고 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 뒤 계속 밥을 먹었다.

"아빠, 내가 그 아이들과 짝꿍하고 싶어요"라는 의미로 들렸다.

큰딸이 두번이나 언급한 '사대주의'. 우리 생활 속에 여전히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적폐' 중의 하나다. 사전적 의미 역시 '주체성이 없이 강한 나라나 사람을 섬기는 태도'라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사대주의와 대조적인 뜻을 지닌 '배타적 민족주의' 역시 글로벌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이들 사고는 자칫 약자와 소수에 대한 배려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현대사회는 인종, 종교, 문화, 민족 등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이들을 인정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갈 수밖에 없다.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
다문화가정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어른들이 함부로 재단하고 왜곡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까만 피부' '하얀 피부'로 구분하는 일부 어른들은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우리 어른들부터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일상의 적폐'에 길든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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