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치킨 배달비가 남긴 것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6 16:32

수정 2018.10.25 08:47

[차장칼럼] 치킨 배달비가 남긴 것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다 보니 조그마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 신조어다. 소확행을 내세운 많은 제품들이 있지만 우리가 늘 즐겨왔던 대표적인 것이 '치킨'인 것 같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셨던 기름종이에 담긴 치킨'은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단골로 쓰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치킨만큼 부담없는 먹을거리도 많지 않다. 한끼 식사로도, 좋은 안주로도, 맛있는 간식으로도 제격이다.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절반이 일주일에 한번 치킨을 먹는다는 조사까지 있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치킨집들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치킨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가격에 민감하고 치킨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서로간에 갈등도 만만치 않다. 치킨업계에서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된 것은 배달비였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차린 가맹점들이 배달대행업체를 쓰다 보니 여기에 들어가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치킨을 주문할 때마다 배달비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늘어나 여기에 줘야 하는 수수료도 부담이었다. 이렇게 해서 1000~2000원의 배달비가 생겨났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비를 가맹점주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다만 배달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는 눈치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배달대행.배달앱 수수료에 원재료 가격,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가맹점주들이 배달비를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면서 "그렇다고 치킨 가격을 올리면 역풍이 더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치솟은 임대료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잘되는 매장은 잘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오르고, 장사가 잘되지 않는 곳은 임대료 내기도 버겁다. 때문에 치킨 배달비를 받은 후 그전보다 장사를 할만하다는 점주들의 얘기도 들린다.

어쨌든 치킨 주문 때 배달비를 받는 것은 대세가 됐다. 이유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느닷없이 치킨 주문에 1000~2000원을 더 내야 하는 소비자들은 그저 가격이 오른 것일 뿐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배달대행 수수료가 부담이라고 하지만 과거 치킨집들은 대부분 배달 직원을 별도로 고용해서 써왔다.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대행을 하는게 더 절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치킨을 배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가서 직접 주문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배달비를 받으면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많다. 1000~2000원의 배달비가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크게 다가왔다는 증거다.
배달비가 가맹점에 도움이 된 만큼 치킨을 시켜먹는 소비자들에게도 달라진 서비스가 필요하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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