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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포스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살 길 찾아 해외로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7 16:49

수정 2018.10.17 16:49

그림자 규제로 환경 악화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해외지사 설립해 서비스
국내 대표 암호화페 거래소들이 잇따라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명분은 해외사업 확대지만 한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고, 시중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인증계좌를 발급해주지 않는 등 사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살 길을 찾아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반대로 해외 거래소들은 한국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후오비, 바이낸스, 오케이엑스(OKEx) 등이 한국에서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그림자규제'로 인해 정작 안방을 해외 기업에게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비트는 싱가포르, 빗썸 홍콩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이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제대로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잇따랐었는데,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량 순위 1~2위를 다투던 빗썸과 업비트는 실명계좌 발급 거부 등의 이슈를 겪으면서 거래량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최근 빗썸의 거래량이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올 초와 비교하면 거래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빗썸은 이용자들이 직접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탈중앙화 거래소' 빗썸 덱스를 선보였다. 홍콩 기반의 자회사 BGEX가 운영하는 빗썸 덱스는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지도록 해 보안이 우수한 거래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줄어든 거래량을 해외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회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비트도 해외로 나간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2월 싱가포르에 업비트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오픈을 준비해왔다. 이달중에 싱가포르 거래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두나무는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해외 각지에 여러 거래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행외 송금조차 막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해외 거래소들은 우리나라에 진출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 거래소들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송금-실명계좌 막힌 거래소, '그림자규제'에 신음

코인원 역시 인도네시아에 별도의 거래소를 운영중이다. 지난 8월부터 운영중인 '코인원 인도네시아'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거래소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거래소 자체 코인 발행으로 업계 화제가 됐던 코인제스트도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린다. 코인제스트는 미국, 스위스, 러시아, 두바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해외 거래소를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의 '그림자규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송금 제한,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제한 등이 대표적인 '그림자규제'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도박장 취급을 하고, 해외송금도 막는 등 사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우리 거래소들이 해외에서 선전하면 다행이겠지만, 정작 우리 안방은 중국계 다른 거래소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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