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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불확실성의 시기 '퍼스트 펭귄'이 되자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9 17:44

수정 2018.10.19 17:44

[여의도에서]불확실성의 시기 '퍼스트 펭귄'이 되자


'선구자 펭귄.'

펭귄 무리 중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처음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이르는 말이다. 처음으로 뛰어든 펭귄을 따라서 다른 펭귄들도 바닷물에 뛰어든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선구자 펭귄은 제11회 국제보험산업심포지엄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보험업계에 던진 화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보험업계도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초대한 세계적 보험전문가들도 보험산업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혁명이 보험업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있다.
국내 보험사들이 보수적이고 수동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지 말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비할 때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보험과 비금융으로 구분되는 전통적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보험과 비금융 간 융합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현상은 국내 보험산업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채널이었던 설계사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설계사들이 팔던 보험상품을 이제는 모바일이나 PC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상품의 경우에는 이런 특징이 더욱 더 두드러진다. 물론 자동차보험의 경우 1년마다 갱신해 재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인 데다 보장내용도 쉬워 굳이 설계사를 거칠 필요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보험은 설계사에게 가입한다는 인식이 많았던 한국 시장에서의 이 같은 변화는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중국 보험시장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준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은 중국 보험시장이 3가지 부류로 나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보험사, 인터넷 보험사, IT기업 등이 그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는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국에 본거지를 둔 세계적 보험사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매번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메트라이프의 경우 혁신을 위해 실패를 해도 직원들이 위축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보험사들은 어떤가. 물론 국내 보험사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온라인 보험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자동차보험처럼 쉽지 않은 생명보험상품을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서서히 국내 보험산업도 변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보험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국내 보험사들의 대응은 혁신적이지는 못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던 올해 보험산업심포지엄 기조 강연자의 말처럼 국내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야 할 때다. 금융당국이 국내보험사들의 혁신적인 대응을 뒷받침해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내 보험사들이 국내에 사업영역을 한정시키지 말고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구자 펭귄이 보험업권에서 나오면 가능한 일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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