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X가리를 확' 갑질 상사에 입술 꽉..금지법, 한국당 '제동'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0 06:30

수정 2018.10.20 06:30

-'X가지 없다' '해고 시킨다' 직장 내 괴롭힘 지속 발생하지만 가해자 처벌 쉽지 않아
-직장 폭행만 처벌 가능한 현행법 때문, 직장괴롭힘 방지법안 시급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의 취지에 공감해 심의, 의결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 한국당 일부 의원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처녀가 애를 배 가지고. 결혼한다고 마음이 붕붕 떴네. (중략) 내가 평가 어떻게 매기는지 봐봐. 잘리는 거 쉬워. 계속 X발 (인사평가) 마이너스 주면 잘라. 버틴다고? 웃기고 있네" (병 치료를 위해 휴가를 쓰자)
#. "X가지 없는 것이고, 그 나이되도록 기본이 전혀 안돼 있어. 내 옆에 서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 공손한 자세로, '국장님 보고서입니다. 결재좀 해주십시오'라고 말해야지. 못 배워 먹은 사람처럼 X가지 없이 결재판을 국장 책상위에 올려 놓냐" (결재 서류를 상사 책상 위에 놓자)
# "윗 대가리가 하라고 입 찢어발기고 집어 넣을 때까지 입 안벌리지. X가리를 찢어버리기 전에 내 말 들으면서 일해" (업무가 미숙하자)

직장 내 괴롭힘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은 쉽지 않다. 직장 폭행만 처벌할 수 있게끔 돼 있는 근로기준법 때문이다. 왕따·폭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해도 피해자는 입술만 깨물어야하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힘들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20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현행 법 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직장괴롭힘 금지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직장 괴롭힘 문제는 해마다 논란이 돼 왔다. 올해 들어선 지난 2월 서울 아산병원 소속 새내기 간호사가 투신 자살하며 불거졌다. 직장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얘기가 유족들로부터 나오면서다. 실제 당시 간호업계에서 '태움 문화(재가 될때까지 괴롭힘)'가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 이후 직장괴롭힘 금지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의 취지에 공감해 심의,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등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다. 각각의 개정안에는 직장 괴롭힘을 예방하고, 정신적 피해 등을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직장 내 모든 괴롭힘을 원천적으로 막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법이 시행될 경우 사업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날 장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가 사기 혐의가 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윤 지검장의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날 장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가 사기 혐의가 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윤 지검장의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환노위에서 통과된 개정법안에는 직장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직장갑질119와 이 의원 측은 프랑스와 캐나다 퀘백 주 노동법 사례를 근거를 들어 직장 괴롭힘의 정의가 명확하다고 반박한다. 직장갑질119는 "해외 입법례나 우리 법상 유사한 내용의 법률이며, 일반적인 수준으로 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잠자는 사이 피해사례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익명의 제보자는 상사의 폭언과 따돌림으로 스트레스성 두통과 이명,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호소했으며, 8월에도 상사의 상습적 트집잡기와 외모 지적으로 불면증, 소화불량,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을 앓는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직장 괴롭힘 법안이 통과되면 모두 예방될 수 있는 피해들이다. 이용득 의원과 직장갑질119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의 훼방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오늘도 직장인들은 상사의 갑질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함께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연합뉴스]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함께 '갑질금지법' 국회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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