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 칼럼]저출산 해법, 유연근무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1 16:59

수정 2018.10.21 16:59

[차장 칼럼]저출산 해법, 유연근무제


우리나라 출산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4만8500명(11.9%)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 수 40만명선이 무너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17년째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 미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68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왜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일까.

결혼한 여성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낳는 것보다 키우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또 현재 가임기 여성들은 남녀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런 우려는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으로 대상으로 '경력 단절 두려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78.4%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경력단절을 걱정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출산'(55%)과 '육아'(52.1%)였다. 또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5%나 됐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출산 및 육아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41.6%에 달했다.

실제 많은 여성이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현실과 부딪힌다. 중학교 1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내 경우에는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와 살림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맞벌이 부부가 공동육아를 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집을 지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1년에 3개월이나 되는 방학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들은 육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바로 '유연근무제' 도입이다.

얼마 전 취재 때문에 네덜란드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통역을 맡아준 한국인 여성은 일주일에 이틀가량 일한다. 이 여성은 아이가 2명이 있었다. 일할 때는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거나 남편이 아이를 봐준다고 했다.

들어보니 통역사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네덜란드의 여성들은 유연근무제를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여성이 2일가량 일하고 남성은 3일가량 일하면서 번갈아 가며 육아를 책임진다.

우리나라는 2013년을 기준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중이 4.5%에 불과하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아이슬란드(45.6%), 스웨덴(45.0%), 포르투갈(43.0%), 노르웨이(40.8%) 등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한 산하기관장을 만났는데 그곳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출퇴근 카드를 찍게 돼 있기 때문에 오후에 아이를 찾아가려면 출근시간을 2~3시간 빠르게 하면 된다. 이 기관장은 아이가 있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려면 직장 내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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