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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가을, 성장률 단상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2 16:57

수정 2018.10.22 16:57

[윤중로] 가을, 성장률 단상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더위에 고생해가면서 재배를 하고, 가을에 거둬들인다. 봄, 여름에 제대로 된 수고를 들이지 않고는 가을에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적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생뚱맞게 가을 계절평을 꺼낸 것은 최근 국내외 기관들의 우울한 한국 경제 전망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 성장률은 기존의 2.9%에서 2.7%로 0.2%포인트 내렸다.
한은 이전에 국제통화기금(IMF)이 3.0%에서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에서 2.7%로 하향했다.

성장률을 가을걷이에 비유한다고 하면 최근의 잇단 하향조정은 흉작이다. 수치만 봤을 때 역대급이다. 만약 올해 2.7% 성장을 하게 되면 2012년 2.3% 이후 가장 낮다. 세부적으로 봤을 때 결과물은 더 나쁘다. 대표적으로 고용시장이다. 한은은 올해 초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을 30만명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2.7%로 성장률을 낮추면서 9만명으로 예상했다. 거의 4분의 1토막이다. 연간으로는 2009년(-8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설비투자는 지난 7월 연간으로 1.2% 증가한다고 봤지만, 3개월 만에 마이너스(-) 0.3%로 증가가 아닌 감소로 예측했다.

글로벌 각국이 무역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시대여서 다른 국가들도 작황이 좋지 않았다면 변명의 여지는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아 대외변수에 많이 휘둘리는 경제체질이어서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7%(IMF 전망치) 성장하는 중이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도 강한 성장세다. 일본의 경기흐름도 좋다.

농사꾼의 피와 땀의 결과가 가을 결실이다. 우리 경제가 봄,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2000년대 이후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제대로 못한 결과다.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정부는 없었고, 내세울 만한 신산업 육성 성공사례는 드물었다. 규제혁신 또한 구두선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경제에도 특효약은 없다. 위기상황 땐 국가재정이라는 '약'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 농사 지을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를 뿌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비료 남용은 토양과 환경을 오염시켜 되레 농작물 수확이 줄어드는 부작용 등을 초래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체질개선에 맞춰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보다 구조개혁, 기업혁신 정책 등에 집중해야 한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 떠오른 경제성장 관련 단상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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