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한국 백화점, 위기가 기회다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8 17:01

수정 2018.10.28 17:06

[차장칼럼] 한국 백화점, 위기가 기회다


2016년 시작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기존 세일과 다를 바 없는 낮은 할인율로 3년째 냉소와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백화점의 경우 직매입이 75%에 달해 유통업체가 과감하게 할인에 나설 수 있지만 직매입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국내 백화점은 할인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수준의 과감한 할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침체와 온라인몰의 공세로 고사 위기에 처한 백화점이 직매입을 늘리며 대대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직매입했던 평창 롱패딩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재고 부담으로 직매입을 꺼리던 백화점 업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대표는 자신의 지시로 평창 롱패딩 사전기획 물량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과 관련, 직원들에게 사과메일을 보내며 앞으로 직매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년간 직매입 기획에 매달려 가을세일에서 30개 품목, 50억원 규모의 직매입 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구스다운 롱패딩, 롱 무스탕, 여우털 머플러, 구스 이불 등은 판매가 시작됨과 함께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며 가성비 높은 직매입 상품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물론 직매입 규모를 단기간에 미국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재고물량을 다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부담도 있다. 그러나 직매입을 늘려 차별화에 나서는 것만이 백화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정부도 마진수수료 결정에 개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백화점이 직매입 상품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높은 품질로 소싱할 수 있도록 바이어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또 실패사례가 나오더라도 책임 추궁에만 몰두하지 말고 실패를 기반으로 성공에 다가설 수 있게 격려해줘야 한다. 국내 백화점은 직매입 경험이 부족한 만큼 실패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백화점 종주국인 일본에서조차 유명 백화점들이 잇달아 폐점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협력업체에 재고부담을 떠넘기며 임대료로 연명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벌써 온라인 게시판에는 11월 23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각종 팁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더 이상 해외 사이트를 떠돌지 않고 복귀할 수 있도록 우리 백화점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생활경제부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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