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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CPTPP 참여에 대한 고민과 결단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7:34

수정 2018.11.01 21:27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여의나루] CPTPP 참여에 대한 고민과 결단


지난 10월 2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신성장동력 창출방안으로 제시했다. CPTPP는 2015년 10월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작년 1월 미국이 탈퇴하면서 남은 11개 국가들이 어렵사리 올해 3월에 발효시킨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CPTPP 참가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한국 입장에서 일본 경제 비중이 약 45%를 차지하는 CPTPP는 일본과의 FTA로 인식된다. 일본과의 FTA에 대해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 제조업 제품에 수입관세가 전혀 없지만, 견고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해 외국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한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FTA로 인해 우리 시장이 일본에 개방되면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가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것이 한·일 FTA 협상이 2004년 이후 중단된 이유 중 하나였고, TPP나 CPTPP에 대해서 동일한 우려가 남아 있었다. 2017년 기준으로 소재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83억달러에 달하고, 이미 2018년 9월까지 적자폭도 184억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한국이 CPTPP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CPTPP가 과거 새로운 세계 통상질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TPP로 가는 새로운 단계로 인식된다면 한국은 CPTPP 참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2011년 말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했을 때 그리고 2015년 TPP가 타결됐을 때의 우려와 고민을 상기해 보자. 한국은 TPP로 인해 그간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누렸던 선점효과를 잃어버리고 TPP 참가국들에 차별적으로 부여되는 누적 원산지 혜택에서 소외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통상질서로 자리잡을 TPP에서 소외되고, TPP가 발효된 이후에야 참여가 가능한 상황에서 가입 시 감당해야 할 추가적 개방도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한 이후 한국 정부도 참여의사를 표명하고 대부분의 참여국과 관련한 양자협의를 했으나 이미 협상 중인 TPP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7년 1월 미국의 탈퇴로 TPP가 CPTPP로 다시 정리되면서 한국에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비록 미국이 TPP를 탈퇴했고, 내년 1월부터 미국과 일본이 별도의 양자 간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미국은 언젠가 지금보다는 다소 미국에 유리한 형태로 TPP로 복귀할 것이다. 왜냐하면 무역자유화와 세계화로 미국은 물가안정과 투자 및 수출시장 개척이라는 엄청난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결국 TPP 탈퇴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도 무역자유화 흐름에 대한 일시적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 TPP 복귀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과거의 TPP가 다시 완성되기 전 CPTPP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TPP 체제 내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같이 통상질서를 주도할 경제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세계 경제흐름을 정확히 읽어내고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처한다면 지속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이 경제대국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고대하며 정부의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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