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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특별재판부보다 법관 탄핵이 낫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6 17:10

수정 2018.11.06 17:10

[여의나루] 특별재판부보다 법관 탄핵이 낫다

이른바 '사법농단'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시간이 이 정도 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여야 마땅하다. 검찰은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히려 안개가 더 짙어지는 느낌이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했지만 실체적 진실 문턱에는 아직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조사하기 전 수사 종결은 불가능하다.
내년에도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사법부 불신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국회에서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일부에서는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사태 해결의 단초를 찾기는커녕 점점 더 백가쟁명의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사법부 스스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하게 진상을 밝히고 문제 법관들을 징계하고 제도개선에 나서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봤다. 사법부를 믿을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검찰이 수사를 해도 결국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각종 영장 발부 권한은 법관에게 있다. 수사도 재판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설사 공정해도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할 수는 없다. '누구도 자신의 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을 상기해 보면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자처하면서 전적인 협조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을 좌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90% 이상 기각되고 있다. 법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결국 공정하지 못할 것임을 확인해 준 셈이다.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따라서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빨리 사안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울 것이다. 문제는 위헌성 논란이다. 법안을 보면 확실하게 위헌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사법부 구성에 입법부가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도 어렵다.

대안은 법관에 대한 탄핵이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 경험만 있을 뿐 법관에 대한 탄핵은 사실 낯설다. 과거 유태흥 대법원장, 신영철 대법관 등에 대한 탄핵 움직임은 정치적 성격이 짙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법원이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긴밀하게 논의한 정황이 있다. 여러 법관들이 그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 권한은 그에 대한 견제장치다. "…법관이…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관에 대한 견제는 국회의 몫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유죄로 단정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아니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 여부는 탄핵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는 이미 사법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도 의혹을 말끔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 자체도 어렵지만 재판 과정도 숱한 논란으로 점철될 것이다. 특별재판부는 도입부터 쉽지 않다.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신속처리 절차에 합의한다 해도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탄핵이다.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절차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이는 특별재판부 설치보다 낫다.
대통령 탄핵도 신속한 결론을 통해 소용돌이치는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법관 탄핵도 어떤 대안보다 빠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로서 가치가 있다.
국회의 논의를 촉구한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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