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아직은 배고픈 가정간편식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7 16:44

수정 2018.11.07 16:44

[차장칼럼] 아직은 배고픈 가정간편식

"우리 엄마의 음식 데우는 솜씨는 최고였지…." 어느 SF영화에서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던 등장인물 간의 대화 중에 나온 대사다. 영화 속에서 우주인들은 식사 시간에 저마다 입맛에 맛는 메뉴를 고르고, 이를 곧바로 데워서 한끼를 해결한다.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속 미래세계에서는 조리가 아니라 데우는 정도로 뚝딱 만들어지는 게 음식인 셈이다. 그것도 우주에서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그렇다는 정도는 눈치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만 볼 줄 알았던 이 같은 장면은 생각보다 일찍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번거롭게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서 익히기만 하면 그럴듯한 요리가 되는 가정간편식(HMR) 등장 때문이다.
물론 손톱만 한 것을 넣었는데 접시를 가득 채운 요리가 나오는 만화 같은 장면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부담은 크게 덜 수 있다. 각종 비빔밥, 국밥에서 시작해 간식용 떡볶이, 안주용 곱창까지 전자레인지와 프라이팬만 있으면 모든 음식을 번거로운 조리과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주부들의 식사준비 걱정, 혼술족의 안줏거리 고민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된다. 조금 과장하면 음식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정도다.

사실 HMR은 느닷없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전 국민이 즐기는 라면이 HMR이고, 3분이면 OK라던 카레·짜장도 HMR의 초기 버전이다. 즉석 미역국, 황태해장국도 이미 10년도 전에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HMR이다. 다만 그때보다 지금은 맛이나 조리과정, 제품군에서 훨씬 업그레이드되고 다양해졌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의문은 과연 HMR 그대로 한끼의 식사와 안주가 되느냐는 점이다. HMR을 즐긴다는 많은 소비자들이 맛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HMR 비빔밥이나 국밥은 대부분 즉석밥에 건조된 건더기와 수프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건더기와 수프를 넣고 물을 부어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밥을 말거나 소스를 데워 비비는 방식이다. 맛에서는 기존 레토르트보다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한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 남녀가 한끼 식사로 섭취해야 할 열량은 약 783㎉다. 하지만 식사 대용으로 나와 있는 대부분의 HMR은 열량이 이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완전한 한끼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미 제품별로 맛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것도 사실이다.


급부상한 HMR이지만 경쟁체제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편의점에서는 웬만한 식재료, HMR과 경쟁 가능한 제품들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급부상했던 밥버거가 편의점 도시락 등장으로 급격하게 위축됐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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