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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쇼핑의 계절과 입국장면세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10

수정 2018.11.08 17:10

[여의나루] 쇼핑의 계절과 입국장면세점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 등 세계적 바겐세일 행사가 11월에 시작된다. 미국은 11월 넷째주 금요일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3~4일 판매기간에 미국 소매 매출액의 20%를 차지하고, 12월까지 한달 동안 연간 소매 매출액의 30~40%를 차지해 경기활성화에 기여한다. 중국도 11월 11일 광군제가 시작되는데 지난해 온라인 업체인 '티몰' 한 업체의 하루 매출액이 682억위안(약 28조원)에 달했다.

미국 등의 대폭 세일로 해외구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우리 자영업자들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지난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해외구매가 3300만건에 148억달러에 이르고 금년은 9월 말 현재 3000만건, 12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매우 저조하다. 향후 소비전망과 소비자의 생활형편 등을 나타내는 '소비심리지수'가 매월 하락하고 있다. 미래 국내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지표다. 미래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으로 소비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지갑을 열지 않아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능력 없는 청장년들의 '충동구매' '쇼핑중독'은 신용불량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는 쇼핑중독을 게임중독, 인터넷중독 등과 함께 현대 질병의 하나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산층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소비행위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내수증대와 규제완화를 위해 인천공항에 입국장면세점 설치 검토를 지시했고, 기재부와 관세청은 내년 5월부터 입국장면세점 허가를 발표한 바 있다. 면세점은 상품에 붙는 각종 소비세를 면제해 주는 특례제도라서 정부 허가사항이다. 상품에 붙는 간접세는 소비지 국가에서 과세함이 원칙이므로 출국자가 수출처럼 물건을 국내에서 구입해 해외에 가져가는 경우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세원칙에 맞다. 그런데 국내공항 입국 시 입국자의 구입물품에 대한 세금면제는 국내 소비행위에 과세하는 조세원칙에 위반된다. 물론 1인당 면세한도 600달러 이내로 한정한다고 하지만 면세물품이 주로 외국산 양주, 화장품, 초콜릿 등으로 국내 내수진작, 일자리와는 무관한 품목이다. 지난해 해외출국자 수가 2600만명을 넘어섰다. 입국자마다 견물생심으로 면세양주를 한 병씩 구매해 오면 오히려 국산 술의 소비를 대체해 내수진작에 역행할 수도 있다. 입국장면세점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수입을 위해 면세점 신설을 추진했던 관련업체 간 이권다툼 사안이다. 그동안 정부 입장은 인천국제공항 같은 세계 10대 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신설될 경우 공항관리 어려움과 세금면제 왜곡 등으로 허가를 거부하는 입장을 취해 왔는데 대통령 지시로 정부 정책이 급변했다. 입국장에서 면세양주, 면세화장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해외여행객에게는 커다란 선물이다. 문제는 입국장 면세점 신설이 세금을 면제해주면서 특례를 인정할 만큼 일자리가 많이 생기거나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 간다. 필자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라고 판단한다. 일자리 창출의 면밀한 분석 없이 국민의 선심을 사기 위한 성급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
여행객 세금인하 혜택을 받는 대상은 상대적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중상류층이다.

따라서 해외여행 기회가 적은 영세서민층과는 조세형평 원칙과도 배치된다.


면세점 관세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세원칙의 특례 필요성, 일자리 창출 효과, 세계적인 인천공항의 혼잡성과 경쟁력 저하, 면세점의 시급성 등 종합적 검토를 기대한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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