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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이상신호에 '대략난감'한 韓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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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미대화의 기조는 여전하다" 강조하지만..
북미, 물러서지 않는 '선(先) 조치' 요구상황 지속
비핵화 협상, 동력이 떨어지고 장기화되고 있어
남북관계·한미공조 모두 챙겨야하는 韓정부 '난감'
北 비핵화 이상신호에 '대략난감'한 韓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오른쪽). 헤일리 대사는 북미고위급회담이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연기된 가운데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미국이 많은 행동을 보인 만큼 이제 북한이 행동에 나설 차례"라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전향적인 우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대북강경파로 통하는 인사다. /사진=연합뉴스
북미고위급대화가 상호간의 바쁜 일정이 있다는 북한의 논리에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비핵화 과정에 난기류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선(先) 행동'을 촉구하면서 북미대화의 중재역을 맡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다시 난처해지고 있다.

9일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제재조치 해제를 위해 북한이 내놓은 것이 없고, 핵·탄도미사일 시설의 조사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많은 행동을 보여 왔고 이제는 북한이 (행동에 나설) 차례"라고 말했다.

전일인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미고위급회담이 연기됐다는 미 국무부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미국이 신뢰할 만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회담 연기 발표 이후 집중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재의 일부라도 해소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북미대화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우리 정부는 회담의 연기 이후 청와대 대변인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발언을 통해 "북미대화의 동력이 여전하고 회담도 일정상 문제로 밀린 것일 뿐 확대해석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는 험악한 말이 나오고 있고, 북한도 이날 노동신문 1면을 통해 "자력갱생으로 제재압살정책을 짓부시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北 비핵화 이상신호에 '대략난감'한 韓정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 대변인은 "(북미고위급회담이) 연기됐다고 해서 회담이 무산되거나 북미대화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또 최근 미국은 북한의 '아킬레스 건'인 인권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인도적 지원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기된 제재면제 요청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행동 없이는 일말의 제재해제 조치도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방증이다.

정부가 관측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은 훨씬 더 비관적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온다.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의 대화기조가 전면 단절되지는 않겠지만 지체되고 늘어지는 장기화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미간의 대화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잃을수록 정부의 입장은 난처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에서 제재입장인 미국의 눈치와 외세에 신경쓰지 말고 통 크게 도우라는 북한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한 것은 미국의 변화를 요구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미국이 북한의 생각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 정도 상황이라면 한국의 중재도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북미대화가 흔들리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차질은 불가피하고, 북한이 중재를 요구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난처해질 것"이라면서 "남북관계·한미공조를 같이 챙겨야하는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