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 칼럼]네덜란드와 샌프란시스코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3 16:57

수정 2018.11.14 01:38

[차장 칼럼]네덜란드와 샌프란시스코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로 불린다. 종교의 압박에 시달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로 향했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능력이 마음껏 발휘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압제를 피해 네덜란드로 이주한 남부 벨기에인들이 네덜란드의 번영을 이끌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종교와 군주제로 인해 경직됐던 주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자유와 관용이 허용되는 국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15만명에 달했던 이주민들을 빠르게 포용했고, 이주민들은 종교와 사상의 자유는 만끽하면서 번영을 이끌었다.

실제 빛과 어둠을 극단적으로 배합하는 화풍으로 유명한 렘브란트도 네덜란드 황금시대 대표적인 화가로 꼽힌다.
국제법의 기초를 정립한 것으로 인정받는 휴고 그로티우스도 이 시대 사람이다. 토성의 고리를 발견하고, 에너지보존법칙에 해당하는 이론을 전개하며 역학의 기초를 세우는 데 공헌한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도 이때 활동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전 세계 첨단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기업에 대한 세제 특혜 등에 힘입어 1970년부터 기술의 중심지가 됐다.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테슬라 등도 실리콘밸리가 기반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기술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동성애자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1977년 동성애자였던 하비 밀크가 최초로 미국 시의원에 당선되고 1년 뒤 그가 암살되면서 동성애자 인권과 평화운동이 발생했다. 이런 움직임 덕분에 캘리포니아주는 1999년 미국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좋아하는 미디어 콘텐츠 중 하나인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최근 언급된 이야기들이다. 17세기 네덜란드와 최근 샌프란시스코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얼까. 바로 '포용력'과 '관용'이다. 이민자에 대한 네덜란드인의 포용력,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샌프란시스코의 관용이 그 사회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민족에 대한 반감이 심각한 수준이다. 강력범죄에 대한 뉴스 댓글에는 예외 없이 이민족이 범인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글이 난무한다.
초등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경직된 사회는 경직된 사고를 유발한다.
최근 취재를 위해 많이 접하고 있는 ICT 기업 주요 담당자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 많이 나간다고 하는 말을 되새겨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그려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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