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뒤통수 맞은 '삼바'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0 17:12

수정 2018.11.20 17:12

[차장칼럼] 뒤통수 맞은 '삼바'

사회안정과 법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 법원칙 중 하나가 일사부재리다. 일단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런 핵심적 법원칙이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한국에서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였다. 이 회사는 2년 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기업이 2016년 11월 갑자기 코스피에 상장했다.


먼저 호의를 베푼 건 정부였다. 원래 적자기업은 코스피 상장이 불가능했지만 미래가 유망한 대형 기업은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친 덕분이다. 당시 침체된 주식시장에 로직스는 그야말로 '대어'였다. 시가총액 20조원 넘는 회사를 미국에 뺏기면 안 된다는 여론도 압도적이었다. 로직스는 바뀐 규정에 따라 상장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나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정권이 교체되고 금융당국은 이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2년 전에 끝난 일이다. 관련법에 따라 모든 절차를 밟았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문제가 없다고 중복 확인한 사안이다. 지금에 와서 불법이었다고 말하는 건 "정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증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금융위원회 수장이었던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로직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것을 거래소가 우량기업을 국내에 상장하기 위해 건의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장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도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정치권이 거들자 얘기는 급반전됐다.

로직스는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이번 고발로 앞으로 2~3년은 법정 다툼에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바이오는 반도체 뒤를 이을 국가 전략산업이다. 국가가 나서서 전폭적으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국가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은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셈이다. 당시 규정에 맞추고 회사의 변경된 회계방식을 당국으로부터 확인까지 받았지만 돌연 투자자들을 속인 파렴치한으로 내몰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중 잣대가 계속된다면 어느 기업이 한국에 남고 싶겠는가. 기업의 투자는 불확실성이 제거된 사회적 신뢰와 안정 속에서 시작된다.

km@fnnews.com 김경민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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