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비핵화, 정말 가능할까?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5 17:05

수정 2018.11.25 21:14

[차장칼럼] 비핵화, 정말 가능할까?

북핵 문제가 처음 논의된 지 30여년이 흘렀다. 한반도는 언제쯤 '비핵화 종착역'에 당도할 수 있을까.

6·12 북·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비핵화가 달성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며 장기전으로 돌아섰다. 북한은 미국과 실무회담에 소극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 협의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도 영변 원자로는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김 위원장 신년사로 시작된 대화국면에 북한은 도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악몽의 북핵 역사가 재연될까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으로 비핵화의 길을 닦았다. 하지만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궤도를 이탈했다. 이후 북핵은 대화, 합의, 파기를 반복하며 고도화됐다. 문재인정부는 이번이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라며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다. 올해 4번째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 협상의 선순환을 기대한다.

하지만 북·미 협상의 중재자라지만 실상 중간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비핵화와 대북제재의 실질적 키는 북·미가 쥐고 있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도 지금 비핵화 수준을 보면 우리의 '슬픈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대다수 북핵 회의론자 사이에서 여기까지 끌고 왔다. 하지만 그가 북핵 문제에 계속 높은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중간선거를 보면 북핵 문제는 사실 표심에 큰 영향이 없었다.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은 우리 측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ICBM이 없는 북핵은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핵 사정권인 우리는 다르다. 끔찍한 가정이지만 북한이 서울에 핵을 터트리면 어떻게 될까. 스티븐스 기술연구소의 핵 역사학자인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서울 광화문 상공에 250킬로톤(㏏)의 수소탄이 터질 경우 사망 71만명, 부상 285만명으로 추산했다.

우리 사회에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이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북핵 문제는 다양한 변수에 휘둘릴 것이다. 벌써부터 경제·민생 등은 비핵화 추동력의 복병이 되고 있다.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등의 이탈은 심상치 않다. 전쟁억제력을 위해 전술핵 재배치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끔찍했던 전쟁위기론을 돌아보면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정부는 북핵 개수가 20~60개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한 지 1년이 됐다. 우리는 지금 비핵화의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lkbms@fnnews.com 임광복 정치부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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