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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가는가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8 17:06

수정 2018.11.28 17:06

[fn논단]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가는가

세계경제가 누려온 오랜 호황국면이 끝날 조짐이다.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성장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로 쇠락했다. 독일과 일본의 금년 3·4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기둔화 우려를 증폭했다.

최근 세계경제 여건은 과거 불황진입 때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미국과 여타국 간 경기 디커플링이 심하다. 미국이 자국만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면 세계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신흥국들엔 큰 부담이 된다.
둘째, 장기간 저금리 지속으로 각종 부채 누적이 위기이전 수준을 크게 넘었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지나치게 올랐다. 특히 중국이나 신흥국들이 경계대상이다.

실물부문이 위기이전 트렌드로 회복하기 어렵다. 금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는 투자, 자본축적 그리고 기술진보 등에 심대한 충격을 줬다. 이번 호황의 소득증가는 과거보다 낮다. 끝으로 주요국 정책수단이 고갈됐다. 재정적자 누적규모도 높고, 금리도 미국의 경우 과거 경기후퇴 직전 수준보다 크게 낮다.

신흥국들의 취약성은 개선됐다. 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전염을 그런대로 견뎠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변동환율제 그리고 금융안정정책 등 방화벽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인플레 통제역량이나 절제된 재정정책 등도 외부충격 발생 시 경제복원력 향상에 덧보탰다. 다만 미국 시장금리나 달러화가 추세적 강세기조로 전환돼 취약국의 금융 불안정성은 확대됐다.

내년까지 미국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관건이다. 금년 3월 미국 통화정책전문가 구하는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흐름을 잘못 보정해 경기 흐름을 경색시킬 위험성이 높다고 보았다. 미국이 호경기에 정부지출 증대와 세금감축 정책을 함께 펴 물가압력을 드높였다. 2020년께는 정책금리가 정점에 달하면서 재정정책도 한계에 다다라 세계경제가 급격히 냉각되는 '2020 열차사고(trainwreck)'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2020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9월 중순 미국 가디언지 기고에서 그 배경으로 재정확대정책 시기의 부적절, 무역갈등, 주요국 간 경기 부조화 그리고 유동성 부족위기 등 열 가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제시했다. 특히 주요국 정부의 과잉채무와 정책수단 제약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2008년보다 더 길고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불황에 대비한 위기관리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성장세가 정점을 지나고, 각종 리스크가 산적해 각국에 대비책을 촉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10월 중순 '다음 경기침체'란 제호 아래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 시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블랙스완 효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예컨대 취약신흥국 위기의 전이, 중국의 부채문제와 무역갈등 그리고 이탈리아의 재정위기와 유럽연합(EU) 붕괴 가능성 등이다.

글로벌 경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불황예고 확률은 상승하고, 글로벌 본원통화(실질)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단순한 경기둔화로 갈지, 경기침체로 발전할지 또는 극심한 불황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태평양에서 발생한 작은 태풍이 동북아로 향할 때 더운 수증기를 흡수하면서 큰 태풍으로 바뀌듯이, 제기된 여러 요인들을 잘 살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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