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블록체인 정책, 눈치볼 시간이 없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7:47

수정 2018.12.11 22:17

[이구순의 느린 걸음] 블록체인 정책, 눈치볼 시간이 없다


미국, 일본,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이 발빠르게 블록체인·암호화폐 정책 틀을 완비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글로벌 블록체인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증권법에 적힌 대로 따르면 암호화폐공개(ICO)를 하든, 거래소를 차리든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이면 일상생활에 사용될 블록체인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암호화폐는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가치를 토해내며 추락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가격폭락에 한숨을 내쉬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내년부터는 암호화폐 시장에 기관투자가들이 진입해 시장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지나면서 내년에는 블록체인 서비스와 그 서비스를 가동시킬 암호화폐가 빠르게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 정부는 1990년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산업에 대한 정책을 정비하고, 기업들이 성장해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었다. 1998년 구글이 설립됐고 뒤를 이어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속속 성장세를 누렸다. 지금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은 미국 정부가 인터넷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룰을 정비해 자리를 펴준 덕이다.

지금 그 운동장이 가장 절실한 분야가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다. 그 산업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이미 운동장을 갖추고 기업을 키워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보이지 않는 정부 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기 나라 기업에 유리하도록 글로벌 운동장 규격을 만드는 경쟁을 말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디 서 있는가. 1년 이상 선진국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한국 정부는 선진국 정부들이 정책정비를 마치고 정부 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정말 살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세계 최대 휴대폰 수출국이라는 자랑거리가 사라졌다. 반도체 경기는 악화될 일만 남았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내다 팔 효자품목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세계 유명인사들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한국이 최고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눈길을 거뒀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정책을 만드는 데 더 이상 눈치볼 시간이 없다. 올 초 암호화폐 투기열풍이 몰아쳐 정부가 규제를 들이대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던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정책을 정비할 최적의 시간 아닐까 싶다.
블록체인 담당부처를 정하고, 우리 기업들이 사업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도록 발빠르게 움직일 마지막 기회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최고 인터넷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은 일본에서 한다.
성공하고 싶으면 조국을 떠나야 하는 슬픈 현실을 정부가 더 이상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블록포스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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