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英 메이 총리, 취임 2년여 만에 낙마 위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2 19:38

수정 2018.12.12 19:38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총리관저 앞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총리관저 앞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안 인준을 놓고 테리사 메이 총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의회가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메이 총리는 지금 시점에서 총리를 바꾼다면 나라가 위험에 빠진다며 반대 세력과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보수당 내 선거관리기구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당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의원이 기준점인 15%를 넘었다"고 말했다.

■취임 2년여 만에 낙마 위기
1922 위원회는 당규상 소속 하원의원의 15%가 위원회에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당 대표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
불신임 투표를 위해서는 현재 보수당 점유 좌석(315석)을 감안했을 때 48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브래디 위원장은 전날 메이 총리에게 신임 투표 개최 일정을 통보했으며 12일 오후 6시(한국시간 13일 오전 3시)부터 하원에서 투표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결과는 투표 직후 공개되며 메이 총리는 315명 가운데 158명의 신임을 받아야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그는 불신임 의견이 신임 의견보다 많다면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며 자동적으로 총리직을 상실한다. 또한 신임 투표 이후 열리는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경선이 열릴 경우 일단 하원에서 최종 후보 2명이 남을 때까지 투표를 반복하고 전국 보수당원들의 최종 우편 투표로 승자를 가린다. 현재 영국 의회 다수당이 보수당이므로 새로 뽑히는 보수당 대표는 새 총리에 취임한다. 만약 메이 총리가 투표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현직을 유지하고 향후 1년간 신임 투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 총리는 12일 오전 총리 관저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반대자들에 맞서 싸울 것이며, 이는 영국의 보다 나른 미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40년 동안 보수당원으로 지내왔고 총리직을 포함해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면서 "현재 나의 우선순위는 (국민투표에 따른) 브렉시트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 총리는 자신을 불신임해서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것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협상을 재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새 대표가 선출되면 브렉시트를 연기하거나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결정을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U 정상들 "수정 불가"
EU 정상들과 악전고투 끝에 지난달 브렉시트 합의안을 완성한 메이 총리는 11일 표결에서 의회의 인준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그는 일단 투표 바로 전날에 표결을 연기하겠다면서 다음달 21일까지 수정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 총리는 11일 네덜란드로 향해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아침을 먹었고 독일로 가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점심을 먹었다. 메이 총리는 오후에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연달아 만났다. 현지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EU와 합의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별다른 양보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평했다. 융커 위원장은 "우리가 (지난달) 합의했던 내용은 최선이자 유일한 합의였다. 더 이상 재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메이 총리가 의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투스크 의장은 회동 이후 트위터를 통해 "EU 27개국은 (메이 총리를) 돕길 원하지만 어떻게 돕느냐가 문제다"고 썼다.
메이 총리는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EU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신임 투표로 거취가 불확실해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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