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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자영업 부도의 날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3 17:15

수정 2018.12.13 21:47

[윤중로] 자영업 부도의 날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감추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정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선 국가부도 직전 여기저기서 생계가 어렵다는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뒤늦게 정부가 국가부도 위기를 인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행을 선택하면서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함께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되는 비극이 시작된다.

그 뒤로 20여년이 지났지만 이번에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은 정부도 위기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호흡기에 매달려 있는 자영업자들을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외식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씨의 정치권 영입설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금수저 출신인 백씨가 진정한 의미의 자영업자일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요즘 왜 힘들까.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6.7%), 일본(8%)과 비교해 3배 이상 높다. 포화상태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무한경쟁에서 생존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창업 성공률은 10명 중 1~2명밖에 되지 않다. 어찌 보면 주식투자 성공률보다도 더 낮은 게 자영업 창업 성공률인 셈이다. 자영업 부도의 날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출한 메뉴나 차별화된 기술 없이 창업한다면 폐업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한경쟁 창업시장에 합류하는 것은 마치 불나방이 불꽃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창업 5년 내 폐업률이 80% 이상이라는 암울한 통계가 있음에도 지난 정부에서 창업인구는 물밀 듯이 쏟아져나왔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시대가 유지되면서 마구잡이식 창업을 부추겼다. 개인 창업보다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맥도날드,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초기 창업 투자비용이 5억원 안팎으로 필요하다. 사실상 서민들은 유명 프랜차이즈 창업이 불가능하다.

안정적이라던 프랜차이즈조차 과포화 시장에서 위기속으로 빠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매각 시장에 나온 프랜차이즈 업체는 70~80개에 달한다.

올해처럼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진 해는 없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에 민감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계는 좀 더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은퇴한 중장년층이 창업하는 것은 자녀 뒷바라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부 혼기가 찬 젊은 층은 당연하다는 듯이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결국 낮은 성공률에도 노후자금을 창업자금에 쏟아붓는다. 은퇴 후 쉬어야 할 인구가 창업을 하고, 퇴직금마저 날리는 악순환이 생긴다.

아이디어로 무장된 청년창업도 가뭄에 콩 나오듯 했다.
그 대신 편의점 옆 편의점, 커피숍 옆 커피숍, 치킨집 옆 치킨집만 급증했다. 마구잡이식 창업을 억제하고 양질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문재인정부에서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자영업 부도의 날을 막지 못하면 서민경제도 없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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