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일으킨 시민의식... 경기 후 청소하는 베트남 시민 모습

▲ 16일 베트남 호치민 응웬후에 거리의 모습.

▲ 시민 수천명이 거리에 모이면서 쓰레기가 쌓였다.

소문난 잔치만큼 볼 것도 많았다. 시민들은 10년 만에 찾아온 우승 소식에 광란의 밤을 보냈다. 그럴수록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의 길거리는 더러워져만 갔다. 그런데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시민들의 사회의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베트남이 15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으로 꺾었다. 종합스코어 3-2로 이기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호찌민 시민 수천명은 응웬후에 거리(Nguyen Hue Street)에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넘보기 힘들던 ‘동남아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기쁨은 몇 배로 컸다.

한동안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스란히 흔적이 남았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쓰던 플라스틱 접시, 비닐봉지, 캔 등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왕복 4차선 도로와 인도에는 쓰레기와 먹다 남은 음식물이 길에 쌓였다.

보통 이전까지 베트남 축구 경기가 일어난 날이면 거리의 쓰레기는 시의 환경미화요원이 정리했다.

시 당국 또한 이를 예상한 듯, 전날 시 경찰 대변인은 ‘시의 환경미화요원들이 아침부터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베트남 10대 소녀 트룩은 박스에 "쓰레기가 없는 베트남은 달라질 것"이라고 써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 베트남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트룩과 쓰레기를 담고 있는 시민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현지 매체 ZING에 따르면, 이날 새벽 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거리를 청소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동의한 시민 30여 명이 길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날 거리를 찾았던 10대소녀 트룩 씨는 버러진 박스를 가져와 글을 썼다. 이 박스에는 “쓰레기가 없는 베트남은 달라질 것”이라고 글을 써 사람들에게 내보였다. 그리고 청소를 같이하자고 요청했다.

시민들은 이 10대소녀의 말에 부끄러웠다. 이렇게 모인 시민은 약 30명. 이들은 조용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버린 양에 비해 쓰레기를 담을 봉투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쓰레기를 한데 모으는 일을 집중했고 이 일은 새벽 환경미화요원들이 올 때까지 계속됐다.

이 사실을 안 네티즌들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베트남 축구팀은 9천만명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각자는 손을 잡고 베트남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또 “저 소녀는 영웅입니다. 우리는 문명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내가 대신 고맙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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