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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한미재무학회 칼럼] 미국판 국가 부도의 날/박현아 뉴욕 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8 17:47

수정 2018.12.18 17:47

박현아 뉴욕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사진=fnDB
박현아 뉴욕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사진=fnDB

최근 많은 사람들이 국가 부도의 날을 영화로 보았지만 영화는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삽입한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우리가 맞았던 위기상황을 사실에 입각해 돌아보며 향후 이런 어려움을 다시 겪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올해 미국 재무 경제학계에서는 2008년에 있었던 글로벌 경제위기 10주년을 맞아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 및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회의들이 많이 개최되었다. 특히 지난달 뉴욕대학에서 개최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돌아보는 컨퍼런스'에는 저명한 학자들 뿐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의 재무장관,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 총재들, 기업 총수등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수백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그 회의에서 논의된 주제들이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 총재였던 벤 버냉키 박사는 이 회의에서 '경제위기(financial crisis)'와 '공황(panic)'의 차이를 강조했다.
경기는 항상 순환하며 고점과 저점이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향후에도 다시 올 수 있으나 파산의 공포로 인해 자금 순환이 비정상화 되어 우량한 기업들까지 도산하며 많은 일자리가 한꺼번에 없어지는 공황상태로 번지는 것은 제도개선을 통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물론 그 제도 개선 과정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들면 새로 생긴 규제들로 인해 미국 은행들의 자금 유동성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 규모 은행들이 갖게된 과도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는 대형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논의들이 많은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고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어 충실히 수행되었으나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보다는 교훈을 얻고자하는 성숙된 분위기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예를들어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팀 가이트너는 이 회의에서 과거의 어떤 개인적 경험과 교육 및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와 조언이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과 전문가들이 당시의 그 큰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대처할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음을 느꼈다고 말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개인을 희생하며 위기 극복에 기여한 전직 정부 관료들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수백명의 회의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감사를 표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였던 멜빈 킹 박사는 공황 상태를 막기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1년 9.11 테러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테러 직후 뉴욕에 밤이 오고 영국 시간 아침에 되었을 때 뉴욕에 진출해 있던 영국 대형 은행들이 큰 유동성 위기를 맞았으나 당시 미국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출장 중 이었고 영국 중앙은행은 미국 소재 영국 은행들을 단독 지원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킹 박사는 영국 중앙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의 컨퍼런스 콜을 주선해 300억 달러 (한화 약 34조원)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영국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수 있었으며 이전부터 쌓아 둔 신뢰관계(trust)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나라들이 자국으로 금융 공황 사태가 번지는 것을 막기위해 미국에 통화 스왑을 신청하였으나 미국이 모든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벤 버냉키 박사는 개도국 중 4개국이 달러 통화 스왑 대상으로 선정 되었으며 브라질, 멕시코, 싱가폴과 한국이 상대국 이었다고 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한미 중앙은행과 정부간 공조와 신뢰를 쌓는 것은 경제 안정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 구축은 위기시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인력 교류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영국의 멜빈 킹 박사가 미국 유학시 교류한 많은 학자들이 미국 정부와 학계에 있어 그가 영국 중앙은행 재직시 양국 공조에 큰 도움이 된 사례를 보면 은행과 정부 부처들의 우수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국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알 수 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 특히 좋은 점은 정보 기술 발전으로 이런 전문가들의 토론을 동영상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금융과 재무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외국 유학을 갈 여건이 아니라면 이런 영문 인터넷 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실력을 쌓고 그 지식을 잘 활용하여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잘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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