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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Again, 노무현의 경제 실용주의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0 17:03

수정 2018.12.20 17:03

[윤중로] Again, 노무현의 경제 실용주의

"돌이켜보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기업 하기 좋은 때였습니다."

요즘 경제상황을 얘기하다보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경제관료, 경제전문가, 기업인 등 경제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온도차는 있을지라도 평가는 비슷하다. 정권별로 경제나 기업정책에 대한 성적표를 내보자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었던 참여정부 시절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반시장적, 반기업적이었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단과 달리 참여정부 때가 오히려 기업하기 좋았다니 아이러니다.

군부세력의 집권이 끝난 1993년 이후 25년새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지면서 보수와 진보세력이 엇갈려 집권했다.
그중 경제 쪽만 보면 진보로 분류되는 노무현에 대한 세평이 상대적으로 후하다. 이런 평가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친기업적이라는 보수정권보다 참여정부의 경제·기업정책에 대한 평가가 더 좋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 문재인정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참여정부보다 못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랄까.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표적 거시경제지표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참여정부 5년 동안 평균 4.5%였다. 김영삼정부 시절 7.82%, 김대중정부 5.3%보다 못하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3.2%, 박근혜정부의 3.0%보다는 좋아 비교적 괜찮은 편에 속한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 잠재성장률, 국내외 경제여건 등을 감안하면 자랑할 만할 수준은 아니다.

다음으로 경제 및 기업정책 방향을 살펴보자.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분배와 동반성장에 비중을 뒀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좌파적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복지분야 예산을 크게 늘렸고 종합부동산세 도입, 분양원가 공개 등과 같은 진보적 정책을 펼쳤다. 빈부격차 및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정책의 근간이 시장친화적 '신자유주의'로서 우파적 성격이 컸다고 보고 있다. 농민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밀어붙였고, 공기업 민영화정책을 추진했으며,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다.

평가가 왜 이렇게 크게 엇갈릴까. 노무현의 경제정책이 그만큼 한 방향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참여정부가 좌든 우든 가리지 않고 경제정책을 채택했다는 얘기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태동했지만 치우치지 않았다. 분배에 비중을 두고 양극화 해소에 관심이 많았지만 성장에 중점을 뒀고, 노동정책도 균형을 맞췄다. 미래 10대 산업육성 등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도 상당수 펼쳐졌다. 우리 경제와 기업을 위한 좋은 정책은 가리지 않고 채택하는 '노무현의 경제 실용주의'가 수년이 흐른 뒤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여러 부작용과 비판 속에 최근 전환점을 맞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2기 경제팀도 진용을 갖췄다.
그들은 노무현정부의 경제 실용주의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때가 기업하기 좋았던 시절이었다는 얘기를 다시 한번 들어봐야하지 않겠는가.

yongmin@fnnews.com 김용민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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