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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빈곤문제와 가족부양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3 17:22

수정 2018.12.23 17:22

[차관칼럼] 빈곤문제와 가족부양

11월 통계청에서 발표된 올해 3·4분기 가계소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기 위한 소득 5분위배율(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악화됐다. 빈곤층의 소득은 감소하고 부유층의 소득은 증가하는, 양극화 추세가 올해 1·4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부모의 빈곤이 자녀에 대물림되고, 자녀의 빈곤이 부모에게 대올림되는 빈곤의 악순환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보다 생계가 어렵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 사례를 언론 등을 통해 접할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 중 본인의 소득 및 재산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낮은 수준이지만 본인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이 기준보다 높아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 문제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16년 통계청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2년 71%에서 2016년 31%로 감소한 반면, 가족과 국가, 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46%로 증가하였다. 노인부모에 대한 자녀세대의 부양 의식이 지속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양의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부양의무자 기준 도입의 취지는 부양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본인과 부모, 자녀 등에게 있다는 전제하에 본인의 노력과 개인 부양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최저 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거나 부양의무자 가구가 노인, 장애인 등 취약가구인 경우에도 해당 가구의 소득 재산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등 부양의무자 기준이 다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며 안타깝게도 빈곤 사각지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2017년 8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지난해 11월부터 수급자와 부양의무자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 장애인이 모두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신규 지원을, 지난 10월부터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비수급 빈곤층에 추가적 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장애인연금 수급자가 포함된 경우 생계·의료 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하고 기초연금 수급자가 포함된 경우 생계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의무 기준을 폐지한다. 더불어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및 시설보호종료 아동에 대해서도 생계·의료 급여 부양의무자 부담을 없앴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비수급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물론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부양의식 약화를 조장하고 부정수급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하지만 더 두텁고 촘촘하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양의무자 완화는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포용국가의 기본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다. 다만 부양의식 약화 등 시대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포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그 선두에 서기를 기대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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