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 핵심 업무 공백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통상조직내 고위직의 잇단 사의 표시로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는 오늘도 일하러 간다"며 통상조직이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통상본부 고위 간부의 잇단 사의에 대해 "불화 때문에 그만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와중에 통상본부 간부가 줄사표를 냈다는 최근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통상전쟁이 치열한 중에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주말에도 일하는 실무자들을 힘들게 하는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 통상 수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과 자주 접촉하지 않는 김 본부장이 취임후 SNS를 통해 통상·무역 정책 이외 사안인 조직 내부 사정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우선 김 본부장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실무진과 마찰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FTA 개정 협상이 당초 1주로 예상했던 협상이 4주로 크게 늘어났다. 밤을 새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모두 피곤해지고 불만도 쌓이고, 일부 직원들은 한국으로 귀국한 뒤 다시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반대 이유에 대해, 김 본부장은 "협상의 모멘텀을 잃어버리면 최종 타결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리더는 욕을 먹더라도 국익을 챙겨야 한다. 일부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책임을 내가 진다. 그렇게 엄청난 고통과 땀이 이루어낸 결과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고 자부했다.
또 김 본부장은 "작년 3월 힘들었던 고생이 없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다행히 한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 타결로 세계적인 무역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왔고 또 다른 전쟁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지난해 1월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차 한·미 FTA 개정협상에 들어간 이후 2개월 남짓 짧은 시간 숨가쁘게 진행됐다. 그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2차 협상이후, 3월 15일부터 이틀간 다시 미국에서 3차 공식 협상을 벌였었다. 이후 우리측 협상단은 현지에 남아 협상을 계속 했고, 철강관세(25%) 시행(3월23일) 직후인 24일 한·미 양국은 철강관세 면제와 함께 FTA 개정 협상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
김 본부장은 "통상에서 사람은 제일 소중한 자산이다. 아무도 소중한 인재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의를 표명한 통상교섭본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김창규 신통상질서전략실장, 김선민 무역투자실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피력했다.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대학에서 강의하고 싶다며 사의를 밝힌 상황이다. 김 본부장이 이끌던 2007년 한미 FTA 협상단에서 유 실장은 당시 외교부 과장으로 서비스 분과장을 맡았다. 지난해 1월엔 산업부 최초로 여성 중에 실장으로 승진헀다.
이에 김 본부장은 "민간에서도 기여하고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며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나에게 전해왔다"면서 "그는 진정한 통상전문가이고, 한국의 통상이 그에게 있다. 통상 수장인 나는 그를 붙잡고 싶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을 내가 바꾸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의 전문성은 계속 국가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창규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가 확대 개편되며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의 첫 실장이다. 수개월 간 공석이다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이던 김 실장이 지난해 5월 임명됐다. 행시 31회인 김 실장은 장관, 차관보다 선배 기수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공직사회는 후배를 위한 용퇴 문화가 있다. 새로운 통상전쟁을 위해 선수 교체가 때로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할 말이 많을 것"이라며 김 실장 사의 건에 대해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선민 실장은 지난해 10월 무역투자실장으로 승진 발령받았다. 이후 두 달만에 사직했다. 김 본부장은 "승진에 치열한 경쟁이 있었으며, 선 굵고 업무 추진력이 있는 김 실장은 내가 적극 추천했다. 최초 수출 6000억달러 달성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본적(순천)과 그의 고향(고흥)이 가까워서 절대 아니었다. 그 전에 알지도 못한 인연"이라며 일각의 오해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타결 이후, 통상 조직 고위 간부의 잇따른 사퇴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했다. 그는 "성과는 폄하하고 부족한 것을 비판하기는 쉬워 통상인력들이 힘들어한다. 외교부와 산업부를 오가는 통상 조직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는 근본적 처방과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상 수장인 나에게 힘든 것 중 하나는 참여정부와 달리 인사권이 없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김 본부장이 통상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당시 산업부 장관과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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