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미국·싱가포르 등 금융강국들, STO 정책 정비 마치고 시장선점 나섰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3 15:35

수정 2019.01.23 16:05

'17년 9월 '증권화된 ICO'부터 금지한 한국정부…제도정비 미루는 양상
 
미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몰타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지난해말까지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관련 제도정비에 주력하더니 올해부터는 속속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과 미술품 등 유·무형 실물자산을 담보로 증권형 암호화폐를 발행·거래할 수 있는 STO를 제도권으로 편입할 제도를 만든 뒤,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화두로 자리잡은 STO 플랫폼과 증권형 토큰 거래소 등 관련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암호화폐 정의는 커녕 STO 등에 대해서도 정책마련을 미뤄놓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 강국을 중심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STO) 제도화 탄력 /사진=블록포스트
금융 강국을 중심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STO) 제도화 탄력 /사진=블록포스트

■증권법으로 증권형 토큰 사후규제 나서
23일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싱가포르 통화위원회(MAS), 유럽증권시장위원회 등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가 각국의 증권법 안에서 규제를 준수하면서 STO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투자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거나 발행하는 경우 기존 증권 관련법에 의한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STO를 하기 전에 SEC에 해당 증권형 토큰을 등록하도록 했으며, EU 회원국은 서로 다른 법적 요구사항이 적용되지만, 적격투자자만 대상으로 하는 특정 항목 증권형 토큰은 사전 등록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 MAS 역시 증권형 토큰 발행 규모 등 일정 조건 충족시 증권법 적용을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후 규제에 주력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에서는 STO를 하는 기업은 반드시 현지 기업을 포함시키도록 규정을 마련, 해외기업이라 하더라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의 도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STO를 활용해 자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증권화된 ICO 금지 기조 강해
하지만 금융위원회 등 국내 규제당국은 증권 관련 자본시장법을 사전규제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와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현행 자본시장법은 역외적용으로 인해 해외법인이더라도 한국 국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했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국회 4차특위)가 2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현재 암호화폐공개(ICO)와 동등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STO와 관련, ICO와 STO의 차이를 인지하고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융위는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2017년 9월 초 이미 ‘증권화된 ICO 금지’ 입장부터 정해놓은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국내에서 STO도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달 중 정부가 내놓을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글로벌 추세와 상반되는 규제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부 내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금융강국도 아닌 한국이 굳이 조세회피국가처럼 STO와 ICO 제도화에 앞장설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우리 정부가 당분간 ICO, STO등 암호화폐 관련 신사업 제도 정비를 뒷전으로 미뤄둘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fnSurvey